'인도계 이민자 아들' 애런 라이 인생 역전…107년 만의 잉글랜드 챔피언
메이저 PGA 챔피언십 제패
샷마다 아이언 커버 씌우기도…"어떻게 왔는지 잊지 않으려"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서도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던 애런 라이(31·잉글랜드)가 메이저대회에서 일을 냈다. PGA 챔피언십에서 누구도 예상 못 한 우승의 주인공이 된 라이는 "정말 비현실적이다. 우승 트로피를 받게 됐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아로니밍크 골프 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이글 한 개, 보기 3개를 묶어 5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가 된 라이는 공동 2위 욘 람(스페인), 알렉스 스몰리(미국·이상 6언더파 274타)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369만 달러(약 55억 2800만 원)를 거머쥐었다.
라이는 이번 우승으로 무려 100년 넘게 이어지던 잉글랜드 무관을 깼다. 역대 PGA 챔피언십에서 잉글랜드 선수가 우승한 건 초대 대회인 1916년, 2회 대회인 1919년 연거푸 우승한 짐 반스가 유일했는데, 라이는 107년 만에 잉글랜드 국적으로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특히 그는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에 11번 출전해 '톱10' 이상의 성적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24년 US 오픈, 2025년 PG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19위가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라이는 경기 후 "목 부상 때문에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 대회 출전을 넘어 우승까지 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지난 100년간 대단한 업적을 달성한 역사적인 잉글랜드 선수들이 많았는데, 내가 오랜만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사람이 됐다는 것이 놀랍고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라이의 우승이 더 의미 있는 건 그의 성장 과정이다. 인도계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라이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골프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가 8살이 되던 해, 라이의 아버지는 영국의 한 지역 신문에 "돈이 없어 골프를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8살 아들을 도와줄 분을 찾는다"며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이때 한 장갑 제조업체가 양손용 검은 장갑을 보내왔고, 라이는 지금까지도 양손에 장갑을 끼고 경기를 치른다.
라이의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어린 아들에게 타이틀리스트의 아이언 세트를 사주며 지원했다. 그리고 밤마다 클럽에 베이비 오일을 바르고 바늘로 이물질을 하나하나 파내는 한편, 커버를 씌워 관리해 줬다.
라이는 지금도 매 샷 후 아이언 커버를 씌운다. 그는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감사히 여기기 위해 그렇게 한다"면서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만 17세에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했던 그는, 유럽 2부투어와 DP월드투어를 거쳐 PGA투어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2024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엔 메이저 타이틀을 정복하며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라이는 "골프는 정말 놀라운 게임이다. 겸손과 규율, 노력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면서 "어떤 수준에서 플레이하든, 어떤 코스에서 플레이하든 골프에서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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