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놓쳤지만…윤이나, 9개월 만의 국내 대회서 부활 신호탄

KLPGA 제주 삼다수 공동 3위…미국 무대 부진 속 값진 성과
"앞으로 골프 오래해야…올해 키워드는 성장, 과정에 집중"

윤이나(21). (KLPGA 제공)

(서귀포=뉴스1) 권혁준 기자 =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좋은 신호였다. 윤이나(21)가 오랜만에 찾은 국내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으로 부활의 조짐을 알렸다.

윤이나는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윤이나가 올 시즌 처음 출전한 국내 대회였다. 지난해 KLPGA투어를 접수한 뒤 미국 무대에 진출한 그는 9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인사했다.

특히 삼다수 마스터스는 윤이나가 지난해 유일하게 우승했던 대회다. 미국 무대 진출 이후 한 번도 '톱10'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슬럼프에 빠진 윤이나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렸다.

대회 전부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고 1라운드부터 윤이나의 열성 팬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랜만에 활짝 웃은 윤이나는 첫날부터 상위권에 올랐고, 2라운드에선 8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이틀 연속 노보기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윤이나(21). (KLPGA 제공)

윤이나 스스로 "노보기를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할 정도였기에, 이같은 상승세는 고무적이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대비의 악천후 속에서 진행된 3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친 윤이나는 고지원(22)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도 좀처럼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2언더파에 그치며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 트로피가 아른거렸기에 놓친 아쉬움은 크다. 하지만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경기를 펼친 것만으로도 윤이나에겐 값진 성과다.

많은 기대를 받고 시작한 미국 무대에서 좀처럼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기타와 독서 등으로 방법을 찾아봤지만, 성적이 나지 않는 상황에선 완전한 해소가 어려웠다.

마음가짐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윤이나는 "공이 잘 맞지 않는 것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내가 못 하는 건지 헷갈렸다"면서 "그 때문에 퍼터를 여러 차례 교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이나(21).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대회 내내 선두권을 유지한 윤이나는 자신감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 무대에서 줄곧 부진하다 국내 무대에서 곧장 성적을 냈으니, 실력이 아닌 '적응'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올 시즌 핵심 키워드를 '성장'으로 정했다는 윤이나는, 아쉬움 속 값진 성과를 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도전을 이어간다.

당장 내년 LPGA투어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CME 포인트 80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데, 현재 윤이나는 76위다. 특히 컷오프 없이 치러지는 10월 '아시안스윙'에 출전하기 위해선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그래도 윤이나는 조급하지 않게 자신의 경기를 해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해가 골프 인생 마지막 시즌도 아니고, 앞으로도 골프를 오래 해야 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내가 해야 할 몫을 하면서 과정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