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가뭄' 시달리는 여자 골프…11년만의 최저 우승 나오나
현재까지 23개 대회 치러 4승 뿐…2011년 3승 이후 가장 저조
女 골프 상향 평준화 영향…"한국 압도적 위력 쉽지 않아져"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10년 넘게 '최강 전력'을 과시하던 한국 여자 골프가 올 시즌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1년 이후 11년만에 가장 적은 승수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0일 현재까지 23개 대회가 진행된 2022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록한 우승은 4차례다.
3월 열린 HSBC 챔피언십에서 고진영(27)이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김효주(27), 5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서 지은희(36), 6월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전인지(28)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4차례의 우승은 결코 가볍지 않은 기록이지만 그간 한국 선수들이 세워 온 업적을 감안하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한국 여자 골프는 신지애(34), 박인비(34), 최나연(35) 등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LPGA투어에서 늘 빛났다.
특히 2013~2015년, 2017, 2019년 등 5차례나 10승 이상을 합작했으며 이중 2015, 2017, 2019년에는 전체 시즌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15승이 한국 선수들의 몫이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7승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결코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었다. 이 2시즌은 전세계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많은 대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대부분의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의 우승 페이스는 어느 때보다 떨어진다.
2010년 이후 한국이 LPGA투어에서 한 시즌 7승 미만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2011년(3승)이 유일했다. 이대로라면 11년만에 최저 승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 시즌은 남자 골프 임성재(24), 김주형(20), 이경훈(31)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승을 합작해 여자 골프의 위력이 더 반감돼 보인다.
또 현재까지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신인상 등 주요 3개 타이틀 중 한국 선수가 1위를 기록중인 부문도 없다.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 타수상 모두 이민지(호주)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신인상 부문은 아타야 티티쿨(태국)이 1위다. 한국은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 전인지가 4위, 최저 타수상에선 김효주가 2위, 신인상 부문에선 최혜진(23)이 2위에 올라있다.
2010년대 들어 한국선수가 주요 3개 부문에서 '무관'에 그친 것은 2014년이 유일했다. 당시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타수상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신인상은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받았다.
여자 골프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는 경향과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를 휩쓸면서 태국,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어린 나이에 프로 전향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기량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톱클래스' 선수 한 두명이 주도하고 다른 선수들이 따라가는 형태였는데 최근 몇 년간은 여자골프에서 '최고' 한 두 명을 꼽기가 어렵다"면서 "그만큼 상위권 선수들의 갭이 줄었고 한국선수들도 LPGA투어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예전과 비교해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금규모도 상당히 커졌다"면서 "이는 곧 재능있는 선수들이 골프로 온다는 이야기이고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를 평정하는 모습을 쉽게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예전과 비교해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한국 선수들이 적어졌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예전에 신지애와 박인비는 누가 봐도 LPGA의 톱클래스 선수였는데, 그 다음 세대인 고진영과 김효주는 압도적인 느낌은 적다"면서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선 주도적으로 끌고나가는 선수가 필요한데 지금은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즌이 남아있는만큼, 한국선수들의 막판 분전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 특히 10월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일본에서 열리는 토토 재팬 클래식 등은 한국선수들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대회다.
박원 위원은 "그동안 너무 잘해서 기대치가 높아진 측면이 있고, 선수들도 그만큼의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결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보고, 언제든 우승의 물꼬가 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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