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최혜진, 아쉬움보다 가능성이 빛났던 준우승
US 여자오픈 마지막날 16번 홀 티샷 미스로 아쉽게 우승 놓쳐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최혜진(18·학산여고)의 '대단한 도전'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계최고 레벨에서 끝까지 선전한 그에게 남는 것은 아쉬움이 아닌 빛나는 가능성이었다.
최혜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파72·673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총상금 5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추가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박성현(24·KEB하나은행·11언더파 277타)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만 18세로 아직 아마추어 골퍼인 최혜진은 프로들 중에서도 최고의 별들이 총집결한 US 여자오픈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박인비(29·KB금융그룹)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컷탈락하는 등 강호들도 고전했던 코스였지만 최혜진은 주눅들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했다.
1, 2라운드에서 각각 3언더파를 치며 공동 2위에 오른 최혜진은 3라운드에서도 2타를 더 줄여 공동 2위를 유지했다. 선두 펑산산(중국)과의 격차가 한 타차에 불과했기에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보였다.
만일 최혜진이 역전 우승한다면 US 여자오픈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었다. 지난 1946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골퍼가 우승한 것은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가 유일했다. 최혜진은 50년만의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지막날 펑산산과 함께 '챔피언조'로 묶인 최혜진은 압박감없이 제 플레이를 이어갔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 2개를 잡으면서 한 타를 잃은 펑산산을 따돌리고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남은 9개홀에서 리드를 지킨다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 그는 10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았고, 추격전을 벌인 박성현과 공동선두가 됐다.
이어진 16번홀(파3). 전에 없던 긴장감이 생긴 것이었을까. 최혜진은 자신의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티샷이 물에 빠지고 말았다. 최혜진은 짧은 탄식을 내뱉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2벌타를 받았고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우승이 멀어진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커다란 목표가 사라졌지만 최혜진은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나이 어린 골퍼이기에 남은 2홀을 잘 마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최혜진은 나이답지 않은 침착성을 보였다.
그는 17번홀(파4)을 차분히 파 세이브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버디를 낚으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펑산산이 18번홀에서 연거푸 미스를 범하면서 트리플보기로 무너진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아마추어 우승의 대업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경기를 마친 최혜진의 표정은 밝았다. 준우승이라는 성적 자체도 만족스러웠겠지만, 그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경기를 펼친 데 대한 만족감이었을 터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해 공동 38위로 아마추어 베스트 성적을 냈던 최혜진은 이번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최혜진은 이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내년도 시드도 확보했다. 아마추어 레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군 최혜진은 이제 프로무대 데뷔만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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