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한 유도 장세윤 "패하고 받은 은메달…쓴맛 잊지 않을 것"[AG]
여자 52㎏급 준우승…韓 유도 대회 첫 메달
엄마는 유도 대표 출신 유희준…"올림픽 金 걸어줄 것"
-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음에도 유도 국가대표 장세윤(24·KH필룩스)은 만족할 수 없었다. 잡을 수도 있던 금메달을 놓쳤기에 분한 마음이 컸다. 쓴맛을 잊지 않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장세윤은 30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시타 카담보에바(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연장 골든스코어 혈투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 오기 전 눈물을 닦은 장세윤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너무 속상한 마음에 울컥했다.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고 말했다.
'은메달도 충분히 잘한 결과'라고 독려하자 장세윤은 "유도 은메달은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 사람이 받는 유일한 메달"이라며 "동메달보다 한 단계 위지만, 그런 생각 때문인지 너무 분하다"고 했다.
대회 개막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장세윤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제가 저를 못 믿으면 누가 믿어주겠냐"라면서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올라왔는지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제가 이번 대회에서 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고 했다.
특히 4강에서 세 번 싸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우승 후보' 후지시로 고코로(일본)를 잡으며 금메달이 보이는 듯했다.
장세윤은 "후지시로를 만나면 매번 굳히기(밭다리) 자세에 당했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분석하고 훈련했다. 그 공격을 허용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세윤의 결승 상대는 올해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자인 카담보에바였다. 앞서 세 번 겨뤄 모두 이겼기에 더욱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맞대결에서는 승자가 바뀌었고, 장세윤은 고개를 떨궜다. 그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잡기 싸움부터 힘을 쓰고 들어갔는데, 상대의 힘이 너무 세서 기술이 통하지 않았다. 이전에 이겼던 경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다른 잡기나 기술을 더 연구해 왔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경기 시작 1분도 지나지 않아 먼저 지도 두 개를 받아 위축되기도 했다.
장세윤은 "갑자기 지도 두 개를 받아 심리적인 부담감도 있었다. 거기서 밀려나면 약점을 보이게 되니까 정신을 바짝 차렷다"며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시도하려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정확성이 떨어졌다"고 복기했다.
비록 시상대 맨 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장세윤은 유도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 금메달, 아시아선수권 동메달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라는 큰 자양분도 얻었다.
장세윤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선수를 이겼지만, 거꾸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선수에게 패했다"며 "유도는 단 몇 초 만에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스포츠다. 이 패배의 쓴맛을 잊지 않고, 2028년 LA 올림픽을 향해 더욱 땀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특별한 관중'도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48㎏급에 출전했던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장세윤의 어머니인 유희준(53) 씨가 자리해 딸을 열렬히 응원했다.
유도는 모녀를 이어주는 끈끈한 연결고리다.
장세윤은 "어렸을 때는 (철이 없어서) 엄마가 유도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면, '엄마가 내 선생님이야. 집에 와서도 유도 선생님이 있는 게 싫으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떼쓰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친구처럼 잘 지낸다"고 웃었다.
어머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 장세윤은 "멀리 날아와 응원해준 엄마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며 "2년 뒤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걸어드리기로 약속할게"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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