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만 두르다 탈락"…공 한 번 못 던지고 4강 가린 황당한 크리켓[AG]

우천 여파로 경기 없이 랭킹으로 4강 진출팀 가려…"그라운드도 못 밟았는데"
"AG 준비 안돼 있어" 비판…결승도 비 내리면 '공동 금메달'

인도의 하르만프리트 카우르 불라르가 일본 아이치현 닛신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인도와 스리랑카 간 여자 크리켓 결승전에 출전했다.ⓒ 신화=뉴스1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크리켓이 연일 내린 비로 파행을 겪으면서 8강전 4경기가 단 한 번도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은 채 준결승 진출팀이 가려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NDTV 스포츠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과 29일 일본 아이치현 고로기 체육공원 야구장을 개조한 크리켓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 크리켓 8강전 4경기는 비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이번 대회에는 우천으로 경기가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별도의 예비일이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대회 규정에 따라 국제크리켓평의회(ICC) 랭킹이 높은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가 공 한 번 던지지 않고 준결승 진출권을 얻었다.

지난 28일 예정됐던 8강전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상대보다 높은 랭킹을 앞세워 4강에 선착했다. 이어 29일 경기에서도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가 각각 네팔과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인도와 스리랑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다음 달 1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경기를 치르지도 못하고 탈락한 팀 선수들의 허탈함은 컸다.

특히 방글라데시와의 8강전을 준비했던 말레이시아의 비란딥 싱은 경기 출전을 위해 준비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탈락 소식을 접했다.

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 취소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수건만 두르고 있었다. 그라운드조차 밟아보지 못해 슬프다"며 허탈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세계 정상급 전력을 갖춘 국가와 겨루기 위해 3년 동안 준비했지만 경기장에 나가지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회 운영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인도 국가대표 출신인 아카시 초프라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가 조금만 내려도 그라운드를 말리지 못해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며 "아시안게임은 크리켓 경기를 치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처럼 크리켓이 인기 종목이 아닌 국가에서 대회가 열릴 때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대회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전용 경기장이 아닌 야구장을 개조한 경기장이다. 계속된 비로 그라운드 사정이 악화되면서 8강전 일정이 모두 취소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경기를 치르지 않고 ICC 랭킹을 기준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결정하는 규정을 두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초프라는 "다음 경기가 또 우천으로 취소되면 랭킹이 더 높은 팀이 결승에 진출한다. 결승전마저 취소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대회 운영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전이 비로 열리지 못할 경우 랭킹으로 우승팀을 결정하지 않고 결승 진출 두 팀 모두에게 금메달을 수여한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결승전이 취소될 경우 결승에 오른 두 팀 모두에게 금메달이 수여되며, 동메달 결정전이 취소될 경우 3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두 팀 모두에게 동메달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직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다른 방식이다. 당시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의 남자 크리켓 결승전은 비 때문에 정상적으로 끝나지 못했고, 대회 규정에 따라 당시 세계 랭킹이 더 높았던 인도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8강전이 비 때문에 모두 사라진 데 이어 준결승과 메달 결정전까지 날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메달 결정전을 앞둔 나고야 지역의 기상 전망은 현재까지 양호한 편이다. 오는 10월 3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는 것으로 예보돼 남자 크리켓 메달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