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실패 '멘붕' 후 눈에 들어온 엄마…18세 강준이가 울먹인 이유[AG]
트릭 1·2차 0점 이후 마지막 시기서 '기적의' 92.4점
아시안게임 한국 스케이트보드 최초의 金
- 안영준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1·2차 시기 모두 실패하고 '멘붕'이 왔을 때, 마지막 출발대에 선 스케이트보드 강준이(18·대한롤러스포츠연맹) 눈에 들어온 건 관중석에 있던 엄마였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이전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최고점을 만들었고, 금메달을 품은 뒤 울먹이며 엄마를 외쳤다.
'스케이트보드 금메달' 강준이는 28일 일본 라이브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주최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강준이는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선에서 총점 180.85점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케이트보드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래 한국이 이 종목에서 따낸 첫 금이다.
경기는 극적이었다.
강준이는 런을 88.45점의 1위로 마친 뒤 트릭 세션에 돌입했는데, 1·2차 시기 모두 넘어지며 0점에 그쳤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도 넘어지면 금메달이 날아가는 위기에서 강준이는 반전을 썼다. 그는 92.40점을 기록,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가 정상에 올랐다.
강준이는 "2차 시기까지 실패 후 거의 울다시피 감독님께 갔다. '멘붕'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린 뒤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출발대에 섰는데, 그때 눈에 엄마가 들어왔고 눈물이 났다. 그러자 마음이 안정됐다. '그동안 해 온 게 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까짓거 해 보자'는 마음으로 3차 시기에 임했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3차 시기에서 고난도 기술을 성공시킨 강준이는 곧바로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그는 "이제야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기뻐서 눈물이 났다. 엄마를 부른 뒤 '내가 해냈어'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깜짝 금메달'을 따낸 강준이는 간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너무 긴장했다가 경기를 마치고 힘이 풀렸는데, 잘 때 되니까 다시 긴장됐다. 중학생 때 친구들까지 연락이 와 메신저 채팅창이 100개가 넘었다. 결국 새벽까지 잠을 못 자다가 2~3시간 겨우 자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아마추어에서 보드 잘 타던 친구 정도였는데 이번 금메달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제 강준이는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입상을 바라본다. 신정혁 감독은 "이번 금메달로 LA 올림픽에서 만날 세계적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기술 면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18세인 강준이는 이번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도 받게 됐다.
강준이는 "병역 면제는 군대 갈 나이가 돼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며 웃은 뒤 "올림픽까지 최대한 어렵고 난해한 기술을 더 만들어서 다 성공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향한 강준이의 도전 앞에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스케이트보드 강국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나고야 시내에서도 스케이트보드 경기장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일본에선 대중적이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관심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런 환경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번 금메달은 강준이 개인뿐 아니라 한국 스케이트보드에도 의미가 크다. 강준이는 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준이는 "처음 일본과 붙었을 때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런데 세계 대회도 계속 나가고 여러 번 붙다 보니 이제는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 앞으로 더 어려운 기술을 만들어서 일본을 또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스케이트보드 선수 출신인 신정혁 감독 역시 "2015년부터 일본과 교류를 시작했는데, 당시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후 지도자들은 뒤로 칼을 갈고 있었다"면서 "일본을 넘을 남을 고대해 왔고, 준비했던 노력이 어제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도 저변 확대를 하고 시설이 좋아지면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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