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일본 적지서 완성한 여자 핸드볼의 화끈한 '복수혈전'[AG]
3년 전 19-29 굴욕 갚은 27-23 승리…자존심 회복
일본의 성장 속 건재함 확인한 의미있는 金
- 안영준 기자
(이나자와=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 핸드볼이 일본 안방에서 새로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3년 전 항저우에서 당했던 10점 차 참패를 깨끗하게 되갚은 '복수혈전'이었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풀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27-23으로 꺾었다.
7개 팀이 풀리그로 우승팀을 가린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제압한 한국은 6전 전승(승점 12)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승1패(승점 10)의 일본이 은메달, 4승2패(승점 8)의 중국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3년 전 패배를 되갚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국은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에 19-29로 완패했다. 금메달을 내준 것뿐 아니라 무려 10점 차로 무너지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오랫동안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왔다.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 베이징 대회 이후 꾸준히 정상을 지키며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다.
그런 한국이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일본에 결승에서 10점 차로 완패한 충격은 컸다.
공교롭게도 항저우 대회 이후 일본은 자국 프로리그를 출범시키는 등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한국은 다소 정체되면서 두 나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대회마저 일본에 금메달을 내준다면 단순한 한 경기의 패배를 넘어 아시아 여자 핸드볼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은 특유의 '스피드 핸드볼'과 조직적인 수비를 앞세워 일본을 무너뜨렸다. 경기 운영과 경험, 공수에서 모두 상대를 앞서며 3년 전 패배를 일본 안방에서 깨끗하게 되갚았다.
금메달과 함께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도 되찾았다.
이번 우승에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특별한 바람도 담겨 있었다. 무려 22년 전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이야기는 지금도 영화 제목을 딴 '우생순'으로 회자된다.
결승에서 덴마크와 두 차례 연장에 이어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선수들의 투혼은 한국 스포츠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그때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쓰린 현실을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 류은희 역시 오랫동안 "핸드볼에 다시 우생순이 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류은희는 이번 일본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야말로 우리만의 새로운 우생순을 만들고 싶다. 그 일념으로 훈련 때마다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준비했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우생순이 어떤 제목일지는 우리의 경기 내용과 결과를 지켜본 사람들이 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은희의 바람대로 한국 여자 핸드볼은 가장 중요한 순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3년 전 항저우에서 일본에 당했던 10점 차 패배를 잊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일본 안방에서 열린 사실상의 금메달 결정전에서 상대를 꺾고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섰다.
그렇게 새로운 '우생순'이 완성됐다. 부제는 3년을 기다린 '복수혈전'이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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