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 시작된 배드민턴 경기…"죽으라는 건가" 불만도[AG](종합)
'셔틀콕 여제'도 버거운 강행군
경기 지연으로 돌아갈 셔틀버스도 끊겨…파행 운영 논란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개인전 경기가 매끄럽지 못한 운영으로 대거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세계랭킹 1위)도 "하루 두 경기를 뛰는 건 선수한테 죽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다.
지연된 경기 일정 탓에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고, 팬과 현지 취재진의 비판도 쏟아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배드민턴 개인전 일정을 직전 항저우 대회보다 하루 줄어든 5일 안에 소화하도록 편성해 빈축을 샀다.
이에 따라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을 포함한 선수들은 26일 하루 두 경기를 뛰는 강행군을 치렀다. 첫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다음 경기가 남아 있어 배드민턴장을 떠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대기해야 했다.
여기에 앞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꼬리 물기'까지 더해지면서 26일 예정된 경기 일정은 자정을 넘겨서야 끝났다. 32강전과 16강전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27일 오전에 8강전 일정이 잡혀 충분한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안세영은 강행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안세영은 이날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서 랏차녹 인타녹(태국·5위)을 2-0(21-8 21-9)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은 불과 31분이었다.
전날 두 경기를 치른 여파가 우려됐지만 안세영은 세계랭킹 5위의 강호를 상대로 두 게임에서 단 17점만 내주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안세영은 "어제 두 경기를 뛰어서 아주 힘들었지만, 상대 선수도 같이 힘들어해서 이길 수 있었다"며 "인타녹 선수가 저보다 나이가 많아 하루 두 경기를 뛰는 게 무리였던 것 같다. 내가 더 젊은 만큼 정신 차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가은 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하루 두 경기를 뛰는 건 (선수한테) 죽으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회 일정과 관련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최국 일본 선수도 자정이 넘어서야 경기를 시작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일본 매체 '더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세계랭킹 8위 미야자키 유카(일본)는 26일 2회전에서 승리한 뒤 3회전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단식 은메달리스트 푸살라 신두(인도)와 맞붙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앞선 경기들의 코트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계속 밀렸다. 결국 미야자키와 신두의 경기는 날짜를 넘긴 27일 오전 0시 8분에야 시작됐다.
장시간 기다린 끝에 코트에 들어선 미야자키는 신두에게 0-2로 완패했다. 1게임을 9-21로 내준 데 이어 2게임에서도 13-21로 졌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경기는 41분 동안 진행됐고, 종료 시각은 오전 0시 49분이었다. 매체는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미야자키의 움직임에는 날카로움이 없었고 표정에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맞대결이었지만 자정을 넘겨 경기가 열리면서 관중석에는 관계자 등을 포함해 불과 몇 명만 남아 있었다.
더구나 경기장 인근 셔틀버스는 오후 10시 40분에 이미 운행을 종료했다. 미야자키와 신두의 경기가 시작되기 약 1시간 30분 전부터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공식 교통수단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인도 매체 '레브스포츠' 기자는 경기 종료 후 주최 측의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오전 1시다. 이 일정은 그야말로 마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배드민턴 경기들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해외 언론에서도 "도대체 무슨 일정인가", "이 시간에 관람석에는 관객이 거의 없다",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경기를 기다리다 결국 발길을 돌린 팬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미야자키의 경기를 기대했던 일본 팬들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티켓을 구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시간상 무리라고 판단해 돌아갔다", "티켓만 날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심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회 운영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선수에게는 자정을 넘긴 경기, 팬들에게는 끊겨버린 귀가 교통편이었다. 경기 일정이 크게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선수와 관중 모두 피해를 떠안는 파행 운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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