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日에 지고 인터뷰도 못했던 류은희, 오늘 '금빛 설욕' 나선다[AG]

'일본 도요토미 등장' 논란엔 "실력으로 갚아주겠다"
여자 핸드볼 한국-일본 풀리그 최종전…이기는 팀이 金

한국 여자 핸드볼의 류은희(왼쪽). 2024.7.28 ⓒ 뉴스1 박정호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 류은희가 3년 전 한일전 패배 후 인터뷰도 하지 못할 만큼 울었던 쓰라린 기억을 씻을 수 있을까.

이계청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7일 오후 6시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에서 일본을 상대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풀리그 6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토너먼트 없이 7개 팀이 풀리그를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5승을 거둔 채 최종전에서 맞붙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곧 금메달을 가져간다.

한국 여자 핸드볼과 류은희에게는 일본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1990 베이징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열린 여자 핸드볼에서 한국은 아홉 차례 대회 중 일곱 번 정상에 오른 '아시아 최강'이다.

하지만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에서는 일본에 패해 금메달을 내줬다.

특히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일본에 19-29, 무려 10점 차로 완패해 충격은 더욱 컸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류은희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였다.

류은희는 당시를 떠올리며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마음을 좀처럼 추스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3년 전의 패배는 이번 한일전을 준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

그는 "이번에는 그 빚을 꼭 되갚아주고 싶다"면서 "일본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훈련 때마다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강은서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날 19대 29로 일본에 패배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2023.10.5 ⓒ 뉴스1 신웅수 기자

이번 대회가 일본에서 열린다는 점도 승부욕을 더욱 자극한다.

대회 개막 전부터 한국 선수단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

특히 일본은 크루즈 선수촌 개촌 축하 공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 전국시대의 '나고야 삼걸'을 등장시켜 한국을 자극했다. 이 중 도요토미는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류은희를 비롯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나고야에 입국할 때는 공항 측의 제지로 태극기를 들고 나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인 한일전을 앞둔 류은희에게는 승부욕을 더욱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그는 "일본이 우리를 포함해 한국 선수단을 자극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면서 "그럴수록 더 경기에만 집중해서 실력으로 갚아주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에도 이번 한일전은 중요한 승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막혀 금메달을 놓쳤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최근 국제종합대회에서 연이어 아쉬움을 남긴 여자 핸드볼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넘어 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 베테랑 류은희가 있다.

류은희는 이번 대회에서 단순히 금메달을 되찾는 것을 넘어 한국 여자 핸드볼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핸드볼 하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이번에 우리만의 새로운 우생순을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새 우생순이 어떤 제목이 될지는 우리가 내는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일본에 패한 뒤 인터뷰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워했던 류은희. 이제 일본의 안방에서 다시 만난 숙적을 넘어 '새로운 우생순'의 마지막 장을 금빛으로 장식하는 일만 남았다.

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류은희가 훈련하고 있다. 2026.9.9 ⓒ 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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