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뚫고 만든 金 2개…韓 카누, 36년 만의 최고 성적[AG]
스프린트 대표팀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로 마무리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카누 스프린트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대회를 마쳤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성과다. 하지만 금빛 물살 뒤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버텨온 선수들의 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카누는 26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호 카누 코스에서 남자 카약 1인승(K1) 500m와 혼성 카약 2인승(K2)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금메달 수로는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다. 당시 천인식이 남자 K1 1000m와 박차근과 호흡을 맞춘 K2 1000m, K2 500m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총 8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카누는 꾸준히 정상권을 지키지 못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 5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뒤 2006년 도하에서는 동메달 2개로 메달 수가 줄었고, 2010년 광저우에서는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다시 금빛 물살을 가른 선수는 조광희였다. 조광희는 2014년 인천 대회 남자 K1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12년 만에 한국 카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도 같은 종목 정상에 올라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조광희의 주 종목이던 K1 200m가 항저우 대회부터 빠지면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조광희는 K2와 4인승(K4)으로 종목을 바꿨고,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두 종목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조광희와 김효빈은 이번 대회 K2 500m와 K4 500m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K4 500m에서는 한국 카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항저우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두 종목을 모두 금빛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김효빈은 우승 뒤 그동안 조광희와 함께 고생했던 시간이 떠올라 설움이 북받쳤다고 털어놨다.
카누 간판 조광희는 "금메달 2개를 따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마음속에 있던 서러움이 밀려오더라. 악으로 깡으로 했던 게 생각났다"면서 "인프라를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올 것이다. 그런 도움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의견을 냈을 때 (대한카누연맹 등에서) 그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 카누가 걸어온 36년은 정상과 침체를 반복한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뤄낸 성과는 오랜 기다림 끝에 거둔 값진 결실이다. 동시에 선수들이 흘린 눈물은 성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도 보여줬다.
나고야에서 만들어낸 금빛 물살이 일회성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경쟁하는 것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카누를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내놓은 목소리에 연맹과 체육계가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가 한국 카누의 다음 36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됐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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