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두 번, 재활 2년…여서정 "금메달로 다 보상받았다"[AG]
8년 만에 기계체조 女 도마 우승…"깔끔한 연기 집중"
여홍철과 나란히 金金…"아빠의 길을 똑같이 간다"
-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2년 전 파리 올림픽의 아픔을 씻은 한국 기계체조 '간판' 여서정(24·제천시청)이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다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여서정은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뒤 "열심히 준비한 만큼 8년 만에 금메달을 따게 돼서 행복하고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서정은 1·2차 시기에서 14.483점을 기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최초로 금메달을 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번 금메달은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 파리 대회에서 어깨를 크게 다쳐 2년 동안 재활과 회복에 매진해야 했던 여서정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이었다.
여서정은 "(2년간)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해 아주 힘들었다. 그걸 다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많은 분의 응원 속에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에) 올라온 거라 8년 전보다 의미가 큰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서정은 "(금메달을 당연히 딸 것이라는 기대가)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긴장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정말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다"고 했다.
이날 여서정은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난도 5.8점짜리 기술 '여서정'(두 바퀴 회전 후 착지)을 쓰지 않고 안정된 연기를 펼치는 전략으로 임해 경쟁자를 압도했다.
2023년 항저우 대회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안창옥(북한)은 2차 시기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13.666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여서정은 "'여서정' 기술은 실수율이 높아서 한 단계 낮은 기술로 더 깔끔한 연기를 펼치기로 결정했다"면서 "생각한 점수가 나오면서 메달을 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안창옥이 넘어진 모습을 본 여서정은 "이런 걸 바라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싶었다"며 "(안창옥이) 열심히 훈련한 걸 지켜봤기 때문에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건 여서정은 1994년 히로시마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남자 도마를 2연패 달성한 '아버지'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이제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빠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해설위원으로 여서정의 경기를 지켜본 여 전무는 시상대 맨 위에 선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여 전무가 울지 않고 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여서정은 "아빠가 '어제 (단체전 결선을) 잘했으니까 오늘도 잘할 거야. 사랑한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아빠도 중계로 마음 졸이며 보셨을 텐데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소고기를 사달라고 해야겠다"고 웃었다.
여서정은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았다. 25일 여자 마루운동 결선에 출전하는 그는 "실수 없이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도마 종목을 제패하며 부활을 알린 여서정의 시선은 이제 2028 LA 올림픽으로 향한다.
그는 "아직 2년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부상 관리를 잘하고 열심히 훈련하며 (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도마 결선에는 '51세'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가 출전해 5위(13.199점)를 기록했다.
여서정은 추소비티나에 대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을 때부터 계속 함께 경기하고 있는데 저희 민아영 감독님과 동갑"이라며 "정말 대단해서 존경한다. 저는 그 나이까지 못 할 것 같다"고 엄지를 들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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