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볼'로 이룬 태극마크의 꿈…이준석 "내친김에 金 도전"[AG]

21살까지 축구선수 활동…아시안게임 위해 올인
남자 단식 '무실세트' 5연승…입상 기대

대한민국 이준석이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필리핀 프린스 아구스틴과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축구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지만, 테크볼을 통해 제 갈 길을 찾았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27)은 '축구공'이 익숙하다.

중학교 시절에는 조영욱(FC서울), 이준서(대전하나시티즌)와 함께 경기한 그는 21살까지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그러나 '무명 선수'였던 그는 어린 나이에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공은 그의 인생 파트너다. 계속 발로 공을 차는 종목을 뛰던 그는 올해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이준석은 "태극마크는 운동선수에게 최고의 꿈"이라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꼭 뛰고 싶어 반년 동안 모든 걸 쏟아냈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라고 확신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동업하는 친구와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반년이 늦어지더라도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에 생업을 내려놓는 결정도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테크볼은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신생 스포츠로 손과 팔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로 공을 다룬다.

대한민국 이준석이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라오스 알리사와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축구선수 출신답게 발재간이 좋은 이준석은 테크볼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4월엔 사비를 털어 테크볼의 본고장인 헝가리로 날아가 한 달 동안 '특훈'을 받기도 했다.

이준석은 "축구선수였기 때문에 공이 익숙하다는 게 좋다. 특히 어렸을 때 스텝 훈련을 많이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테크볼협회는 이준석에 대해 "약점이 없는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이라고 소개했는데, 그는 테크볼이 첫선을 보인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뽐냈다.

이준석은 17일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5전 전승으로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선수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1차 관문' 조별리그를 가볍게 통과한 이준석은 "이렇게 큰 대회에 출전한 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어젯밤 길거리를 걸으며 (긴장을 없애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며 "열심히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웃었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오세 아키노리(일본)와 맞붙었다.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으로는 이번 대회 처음 펼쳐진 한일전으로, 조 1위까지 걸렸기에 절대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조별리그 5경기 중 가장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으나 이준석은 노련한 플레이로 와세를 제압했다.

대한민국 이준석이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일본 와세 아키노리와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짓고 포효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득점할 때마다 크게 포효한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한일전이 우리나라에 의미가 크지 않나. 절대 패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답했다.

이준석이 출전하는 남자 단식은 한국 테크볼 대표팀에서 가장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개회식 다음 날인 20일 열리는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하고 있다.

이준석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시상대 위에 설 수 있을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경기하지 못할까' 등 수많은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며 "지금은 너무 앞서가지 않으려 한다. 한 경기, 또 한 경기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메달을 따면 이 훈련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 딱 일주일만 어떤 걱정도 없이 쉬고 싶다"며 "저를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테크볼 전도사'도 돼야 한다. 현재 테크볼은 국내 저변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준석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다면 테크볼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질 수 있다.

그는 "테크볼 국가대표가 된 뒤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그 기대에 꼭 보답해야 한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