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의 나고야~호] 덥고도 추운 나고야, 완벽하고도 서투른 조직위
매뉴얼 따라 철저하게 움직이지만 선수촌 등 기본서 허점
가을 바람 속 장마처럼 폭우 쏟아져 습한 날씨
- 안영준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나고야 날씨는 오묘하다.
어느덧 9월 중순에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로 냉랭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 습도는 높다. 한국의 가을 찬 공기와 한여름 장마가 합쳐진 느낌이다.
반소매를 입고 나가면, 고등학생 시절 춘추복을 입어야 하는 날 혼자 하복 입고 학교 간 기분이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입자니 장마 수준으로 비가 자주 와 불쾌하다.
오묘한 건 또 있다. 바로 대회 조직위의 완벽하면서도 서투른 것 같은 행보다.
'매뉴얼의 나라' 일본답게 대회 조직위의 미디어 가이드에는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지정해 뒀다. 전용 출국장을 통과해 AD카드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까지 10분여밖에 소요되지 않을 만큼 첫인상은 좋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허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최근 논란이 된 '컨테이너 선수촌'이 그렇다.
친환경과 건립 비용 감소를 위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폭우로 숙소 방이 물바다가 되는 등 기본적인 것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나고야에 오게 되면서 방이 모자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조직위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추가 호텔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미 아시아 각국 미디어나 팬들이 나고야 역 주변 호텔을 예약해 빈방이 없다.
컨테이너 숙소에 묵고 있는 한국 농구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약 30년 동안 많은 국제대회를 다녔지만 이렇게 허술하고 말도 안 되는 숙소는 처음"이라면서 "무엇보다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이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이렇게 소홀하게 준비했다는 게 놀랍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이민성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숙소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차량이 급작스럽게 취소돼 "택시를 타고 가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카타르전 경기 당일에는 선수단 버스가 축구장이 아닌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 30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린 선수단은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경기에 나섰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은 "왜 이런 사고들이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 계획이 급히 바뀌고 정해진 것이 없는 등 착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의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매 훈련 및 공식 행사 이동 시 차량 배차·운영과 관련한 자잘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나라 대표팀의 불만도 폭주했다. 베트남 여자배구 대표팀은 입촌 과정서 버스가 엉뚱한 호텔로 안내해 직접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야 했다.
아직 공식 개회식도 열리기 전인데 깜짝 놀랄 만한 사고들이 연달아 계속되고 있다. 개최지 일본에서 일어나리라 예상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기자들도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대회 공식 웹사이트 '게임 허브' 자료에는 경기장 셔틀버스 시간표가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시간 정류장을 찾아가면 다른 행선지의 버스만 있다.
나고야역이 아닌 오후 11시에 메인미디어센터(MMC)로 가는 버스다. 그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MMC는 문을 닫는다.
차라리 버스 시간표라도 없으면 아예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텐데, 그럴 수 없을 만큼 정보의 정성은 가득하다.
'버스가 없는 정류장'으로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도 미안할 만큼 계속 환하게 웃는다.
더우면서 춥고, 완벽하고도 서툴러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장단 맞추기 어려운 나고야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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