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이 종목] ⑧ '안세영 보유국' 한국, 안세영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박주봉 감독 이끄는 배드민턴, 역대 최고성적 도전
서승재-김원호 남복·이소희-백하나 여복도 금 노려

서승재-김원호 조가 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말레이시아의 아론 치아-소우이익 조를 게임스코어 2-1(18-21 21-12 21-19)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한국 배드민턴사에 '흑역사'로 남아 있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노메달'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 5종목(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을 통틀어 단 1명도 시상대 위에 올라서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한국 배드민턴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4년 전과 반대로 7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수확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합작했다. 그리고 2026년 나고야·아이치 대회에서 더 큰 성과를 노린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기세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배드민턴은 '황금기'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타공인 '셔틀콕 여제'로 우뚝 선 안세영을 비롯해 남자복식 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그리고 무려 31년 만에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을 품은 이소희-백하나 등 종목마다 톱클래스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세영이다. 2025년 무려 11개 국제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며 '단일 대회 최다승 타이기록'을 쓴 안세영은, 2026년 그 이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 ⓒ AFP=뉴스1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을 연거푸 석권하며 올해를 시작한 안세영은 이후 아시아선수권대회, 싱가포르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나서는 대회마다 정상에 올랐다.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딱 1번 패했을 뿐이다.

지난 7월 부상 때문에 일본오픈과 중국오픈을 건너뛰며 우려를 낳았으나 복귀 무대였던 인도 세계선수권에서 당당히 정상에 오르며 '역시 안세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야마구치와의 결승전 포함, 단 1게임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994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여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안세영만큼 기대하는 종목은 서승재-김원호 남자복식이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2025년 안세영과 똑같이 11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스타성이 강한 안세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탓에 다소 빛이 바랬으나 어쩌면 더 놀라운 성과였다. 다만 올해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월 말레이시아 오픈, 3월 전영오픈,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할 때만해도 순항이 이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후 상대의 집요한 견제에 시달려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2연패를 노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의 에런 치아-소 우이익(랭킹 4위) 조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 각오가 보다 특별하다.

서승재는 "대회에 나서면 상대가 우리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하고 들어온다는 걸 느낀다. 그것을 의식하고 플레이를 했던 적도 있는데 오히려 잘 안 풀렸다"면서 "결국 우리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가 뭔지 파악하고 그걸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대보다 자신들의 장점을 더욱 단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우승을 차지한 이소희와 백하나가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6.8.25 ⓒ 뉴스1 박정호 기자

중국의 아성이 높은 여자복식은 '큰 무대'에 강한 이소희-백하나의 특별한 기운에 기대를 건다. 세계 3위 이소희-백하나 조는 최근 인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 1위인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류성수-탄닝 조는 올해만 한국 선수들에게 5전 전승을 거둔 '천적'인데 이소희-백하나가 최고 권위 대회에서 설욕했다.

지난해 12월 배드민턴 '시즌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후 좀처럼 트로피와 연을 맺지 못하던 두 선수였는데 약 8개월 만에 또 다시 '큰 대회'서 포효하며 자신감을 장착했다.

이소희는 "올해 한 번도 못 이긴 상대를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이겼기 때문에 다가올 아시안게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했고 백하나 역시 "금메달을 따고 보니 큰 대회들이더라. 다음에도 더 자신감 있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절대 고수 안세영 뿐 아니라 안세영 못지않은 실력파들과 함께 하는 아시안게임이기에 배드민턴 대표팀도,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도 기대가 크다.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은 "아시안게임은 배드민턴 세계선수권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준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회이기에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선수들이 그런 부담을 잘 이겨내고 앞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