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韓 투포환 희망 박시훈 "아시아 넘어 올림픽 출전 꿈꿔"[인터뷰]

U-20 세계선수권 銀 쾌거…"투포환이 내길, 후회는 없다"
AG서 성인 레벨 도전…"메달 보다는 한국 기록 경신 목표"

한국 투포환의 희망 박시훈(20·울산시청). (대한육상연맹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투포환은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낮은 종목이다. 역대 아시안게임을 돌아봐도 1970, 1974년 아시안게임 2연패를 차지했던 백옥자를 비롯해 여자부에서만 4개의 메달(금 2, 은 1, 동 1)이 나왔을 뿐이었다. 남자부 메달은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박시훈(19·울산시청)은 한국 육상 '불모지' 투포환의 희망으로 불린다. 포환 무게 3.0㎏의 초등부를 시작으로 중등부(5.0㎏), 고등부(6.0㎏)까지 부별 한국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박시훈은, 이제 '성인 무대'에 데뷔해 진정한 한국 기록 보유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최근 <뉴스1>과 만난 박시훈은 "아직은 보완할 점도 많고 배울 부분도 많다"면서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아시안게임 메달, 더 나아가 올림픽 출전의 꿈까지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역대 한국 남지 투포환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은 건 1964 도쿄 대회 임호근, 1988 서울 대회 한민수 둘뿐이었다. 세번째 출전의 역사에 가장 가까운 이는 박시훈이다.

박시훈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을 정도로 체격이 컸다.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라 야구, 핸드볼, 배구 등 여러 종목에서 '선수 제의'가 왔고, 핸드볼에선 '꿈나무 선수'로 해외 전지훈련을 제안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박시훈의 선택은 투포환이었다. 그는 "개인 종목이라 자기 발전을 통해 성적 향상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게 매력적이었다"면서 "다른 종목들도 흥미가 있었지만, 투포환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시훈은 지난 6일 미국에서 열린 U-20 세계선수권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육상 투척 종목 사상 최초의 은메달을 수확한 것이다.

한국은 이전까지 1988년 남자 높이뛰기 박재홍(동메달), 1992년 남자 800m 이진일(은메달), 2000년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동메달), 2002년 남자 창던지기 정상진(동메달), 2004년 남자 경보 1만m 김현섭(동메달), 2014년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동메달)이 U-20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다만 박시훈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단 4㎝ 차이로 알레산드로 보르헤스(브라질)에 밀려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이다.

박시훈은 "상대 기록을 신경 쓰지 말고 내 경기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4차시기까지 앞서다가 역전당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면서 "무엇보다 내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걸 이루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했다.

투포환 박시훈. (대한육상연맹 제공)

그래도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박시훈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도 최근 들어 기량이 늘고 있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서 올해 넘어올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동계훈련을 받았다.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몸이 올라왔고, 복귀 후 기술 훈련을 더 하면서 기록이 좋아졌다"고 했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190㎝의 신장을 갖춘 그는 올 3~4월 사이 체중을 135㎏로 늘려 유지하면서 거리를 더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5㎏ 더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박시훈은 "보기보다 입이 짧아서 1㎏ 찌우는 것도 쉽지 않다"며 "남들이 한 번에 많이 먹을 때 나는 여러 번 자주 먹는 편"이라며 웃었다.

박시훈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성이다. 훈련 한 번을 할 때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고, 매 순간 집중하려 노력한다.

박시훈은 "'오늘 걸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가 좌우명"이라면서 "지금 힘들고 짜증 난다고 놓아버리면 그다음은 더 힘들다. 무조건 해야 할 일은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가끔은 '걷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훈련이 힘들거나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그렇다"면서 "그래도 내 목표를 위해선 결국 거쳐야 할 단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박시훈을 지도해 온 김현우 금오고 코치도 "(박)시훈이가 현재 가진 기량을 만든 건 노력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내가 본 어떤 선수보다도 성실하고, 머리가 좋아 배움도 빠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시훈이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뉴스1과 만나 U-20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News1 권혁준 기자

박시훈은 U-20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다음 달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그 시작으로, 박시훈은 이제 7.26㎏의 투포환을 손에 잡는다.

물론 각종 국내 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면서 성인부 규격도 이미 손에 익혀놨다. 그는 지난 5월 선발전에선 19m10의 한국 남자 역대 2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선 20m 이상의 성적을 내야 메달권을 바라볼 수 있다. 박시훈으로선 당장 메달을 노리기보다는 개인 기록 경신, 나아가 한국 기록(2015년 정일우, 19m49)을 넘어서는 것이 1차 목표다.

박시훈은 "한순간에 기록이 크게 늘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눈앞에 놓인 목표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연습 때는 한국 기록에 근접하게 던진 적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스무살밖에 되지 않았다. 당장은 눈앞을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멀리 내다보며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