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불륜 고백·스키장 질주한 개·부서진 메달…올림픽 ‘여운’

하늘나라로 떠난 부모 사진 품고 경기한 피겨 선수
이탈리아 공영 방송 국장은 '방송 사고'로 사퇴

고인이 된 부모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가슴에 품고 경기한 나우모프 ⓒ AFP=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17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메달 소식 외에도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대회는 끝났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은 올림픽의 여운이 더 길게 이어지는 데 도움을 준다.

환희로 가득 차야 할 올림픽 메달 획득의 순간에 불륜을 고백한 어처구니없는 선수가 있었다.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스투를라 흘름 레그레이드는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 남자 12.5㎞ 추적 경기 은메달, 남자 20㎞ 개인 경기·남자 10㎞ 스프린트 동메달로 총 3개의 메달을 걸었는데, 성과보다 '개인사'로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남자 20㎞ 개인 경기에서 대회 첫 동메달을 획득한 직후 "6개월 전 내 인생의 사랑을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면서 "하지만 3개월 전 인생 최대 실수를 범했다. 그녀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참회의 눈물을 보였다.

이후 그는 2개의 더 메달을 따내며 노르웨이의 영웅이 됐지만, 그의 여자친구는 노르웨이 매체 'VG'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인 앞에서 불륜을 자랑한 그를 용서할 수 없다"며 헤어지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메달을 얻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은 레그레이드다.

스키 경기장에 난입한 개 ⓒ AFP=뉴스1

사람이 아닌 개가 크로스컨트리스 스키 경기에 출전한 재미난 사연도 있다.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팀 스프린트 예선 경기에선 관중이 데려온 대형견 한 마리가 난입, 선수들처럼 피니시 라인을 질주했다.

예상하지 못한 참가자의 등장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회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는 개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사진 판독 이미지로 전광판에 띄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금메달을 딴 욘나 순들링(스웨덴)은 "그 개는 믹스트존에도 같이 들어오려 했다"며 웃었고, 스웨덴 중계해설자는 "늑대였다면 금메달을 땄겠지만, 개라서 완주에 그쳤다"고 재치 있는 코멘트를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최고의 명예이자 영광의 상징 올림픽 메달이 '불량 제작'돼 곤욕을 치렀다.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브리지 존슨(미국)은 금메달을 딴 뒤 신나서 점프를 했다가 메달이 조각났다. 이 밖에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 유스투스 스트렐로브(독일)의 동메달과 미국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알리사 리우(미국)의 금메달은 리본과 메달이 분리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회 조직위원회는 빠른 AS를 실시했고, 불량 메달을 받았던 선수들은 대회 중반 다시 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바지를 입은 노르웨이 컬링 대표팀 ⓒ AFP=뉴스1

세상을 떠난 동료나 부모를 추모한 가슴 아픈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노르웨이 남자 컬링 대표팀은 스웨덴과의 라운드 로빈 경기에서 우스꽝스러운 피에로 복장 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여기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전 컬링 국가대표 토마스 울스루트를 기리기 위해 이 바지를 입었다.

노르웨이 컬링의 전설로 불리는 울스루트는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 바지를 입고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선배'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똑같은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 것.

부모를 잃은 슬픔을 딛고 경기에 출전한 뒤,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선수도 있다.

미국 남자 피겨 선수 막심 나우모프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자신이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카메라에 들어 보였다.

그는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었다.

나우모프는 "3살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아이스링크에 섰을 때 찍은 사진이다. 절대 잊지 않으려고 지금도 항상 가슴에 지니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난 얼음 위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인도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늘에 계신 부모가 나를 자랑스러워해졌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머라이어 캐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오프닝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5.2.7 ⓒ 뉴스1 김성진 기자

올림픽 기간 직장을 잃은 이들도 있다.

이탈리아 국영 방송(RAI)은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의 개막식 중계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지만, 해설진들이 부적절한 농담과 실수를 연발했다.

해설진은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 마틸다 데 안젤리스를 비추자 "마라이어 캐리의 무대가 이어진다"고 잘못 소개했고, 이탈리아 대통령 세르조 마타렐라와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함께 입장하자, "마타렐라 대통령과 그의 딸"이라고 엉뚱하게 설명했다.

논란이 들끓자 국영 스포츠 채널 '라이 스포르트'의 파올로 페트레카 국장은 대회를 마치기도 전에 사퇴했다.

호주 '채널9'의 스포츠 리포터 대니카 매이슨은 호주의 올림픽 소식을 전하기 위해 생방송에 출연했다가 "이구아나가 어디로 가고 있냐. 이탈리아 커피는 맛있다"는 황당한 멘트로 사람들을 당황시켰는데, 알고 보니 밀라노 현지에서 음주를 한 뒤 만취 상태로 방송에 임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결국 매이슨 역시 올림픽을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