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실수로 날아간 메달…그래도 의미 있던 세 번째 도전[올림픽]

쿼드러플 토루프서 넘어졌지만 역대 최고 성적 4위
부상과 스케이트 교체 등 악재 딛고 이룬 성과

피겨 차준환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아쉬운 점프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모습으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차준환(25·서울시청)이다.

한국 피겨의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5.16점, 예술점수(PCS) 87.04점, 감점 1점으로 합계 181.20점을 기록했다.

앞서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92.72점을 받은 그는 최종 총점 273.92점을 기록, 프리 24명 중 4위로 경기를 마쳤다.

274.90점을 받은 동메달의 샤토 슌(일본)과 4위 차준환의 점수 차이는 불과 0.98점이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 출전하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비록 메달을 얻진 못했지만 차준환의 행보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차준환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것은 1998 캘거리, 1992 알베르빌, 1994 릴레함메르 대회에 출전했던 정성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선구자였던 정성일은 세 번의 대회서 17위, 21위, 22위의 성적으로, 메달권은 아니었다. 발판을 닦는 데 의미를 뒀다.

그 배턴을 넘겨받은 차준환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그는 첫 출전한 대회부터 15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했고, 베이징 대회 5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4위까지 매 대회마다 앞으로 나아갔다.

김연아의 금메달과 '연아 키즈'의 성장이 뒷받침된 한국 여자 싱글에 비해 남자부는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했는데, 차준환이 한국 남자 피겨 선수도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번 도전은 대회 직전까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룬 성과라 더 뜻깊다.

차준환은 피겨 선수에게는 신체 일부와도 같은 부츠가 맞지 않아, 최근 세 달 동안 '셀 수 없다'고 표현했을 만큼 자주 교체했다. 이날 올림픽에서 신은 부츠도 한창 좋았던 때 신발은 아니었다.

부츠가 맞지 않으니 고질적 발목 부상도 도졌고,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5-26시즌 초반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실패라는 시련도 경험했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을 세 번째 올림픽이었지만, 차준환은 마음을 비웠다. 무리하게 난도를 끌어올리지 않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그래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새 시즌 프로그램 '물랑루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대신, 지난 시즌의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로 되돌아가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한 그는 이날 점프 실수 한 번을 제외하면 높은 완성도와 연기력 등으로 자신의 가치를 전했다.

차준환보다 뒤에 연기한 경쟁자들이 무리한 기술로 큰 점수를 얻으려다 연거푸 실수한 점을 고려하면, 차준환의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기도 했다.

기대했던 '사상 첫 남자 싱글 메달'은 무산됐다. 그래도 차준환은 악재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으며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빛났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