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추모'·'아이언 맨'·'거북선'…스켈레톤 헬멧에 담긴 사연들[올림픽]
우크라 선수 헬멧, 정치적 이유로 '사용 불가'
나라 별 개성 담아…심리적 두려움 쫓는 의미도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전사자 추모', '아이언 맨', '거북선'.
스켈레톤 선수들이 착용하는 헬멧에는 사연이 있다.
스켈레톤은 시속 130㎞ 이상의 속도로 얼음 트랙을 내려가는 극한의 스포츠다. 머리를 앞으로 두고, 엎드려서 탄다. 그래서 헬멧이 주행 내내 중계 카메라에 자주 노출된다.
스켈레톤 선수들에게 헬멧은 엄청난 속도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도구인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화지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에선 전사자 추모 메시지를 담은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우크라이나)의 헬멧이 화제다.
그는 헬멧에 청소년 역도 선수 알리나 페레구도바, 복서 파블로 이셴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 로그이노우 등 러-우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운동선수의 초상화를 새겼다. 일부 선수는 헤라스케비치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 헬멧 때문에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언은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참가를 불허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사망한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배신할 수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IOC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 평창 대회에선 한국의 윤성빈이 '아이언맨' 헬멧으로 이목을 끌었던 바 있다.
평소 마블 히어로 팬으로 알려진 윤성빈은 아이언맨이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 스켈레톤 선수가 썰매를 타고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 이 헬맷을 택했다.
그는 아이언맨 헬멧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얻었고, 안방서 한국 스켈레톤 최초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외신들은 윤성빈을 '코리안 아이언맨'이라며 극찬했다.
다만 윤성빈은 2022 베이징 대회에선 저작권 문제로 아이언맨 헬멧을 쓰지 못했다.
해외 선수 중에선 아콰시 프림퐁(가나)이 2018 평창 대회서 썼던 '호랑이와 토끼' 헬멧이 유명하다.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살았던 그는 늘 쫓겼던 삶 속에서도 성공을 향해 달렸던 자신의 스토리를 헬멧에 담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한국의 미'를 헬멧에 새기고 뛴다.
정승기(27·강원도청)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거북선을 연상시키는 용머리 문양을 그렸고, 김지수(32·강원도청)는 한국 전통의 탈춤과 한글을 담았다.
홍수정(24·경기연맹)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캐릭터를 앞세운다.
홍수정은 "한국의 미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선수마다 다른 헬멧의 디자인을 확인하는 것도 스켈레톤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tr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