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이송' 린지 본…재출전 강행군 책임은 어디에?[올림픽]

십자인대 파열 후 열흘 안돼 올림픽 나서…결국 같은 다리 골절
"닫히는 선수 미래, 의료 윤리 고민해야" vs "개인의 선택일 뿐"

린지 본의 부상 장면.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다친 선수의 출전은 언제부터가 적절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9일 스포츠계에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알파인스키 선수 린지 본(42·미국)을 두고 이런 논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는 8일(한국시간) 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출발 13초 만에 크게 넘어졌고, 왼쪽 다리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월드컵에서 왼쪽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뒤, 열흘이 채 안 돼 올림픽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벌이면서다.

물론 본 스스로는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광범위한 치료를 거쳤고 의사의 상담도 받았다"며 "훈련을 해본 결과 무릎 상태도 안정적이라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지의 문제를 떠나, 애초에 부상을 안고 출전하는 것을 허용한 게 문제였단 지적도 나온다. 의학적 윤리에 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스키팀의 전 주치의였던 장-피에르 파클레는 "물론 전방십자인대 부상 자체는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반복되는 외상이 나중에 퇴행성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선수의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한다면,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의사가 외면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무릎 인공관절의 수명은 제한적이고, 반복 수술도 점점 힘들어진다.

또 재정적 이해관계와 선수가 느끼는 경쟁 압박이 최선의 의료적 판단을 흐릴 수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피클레는 덧붙였다.

보다 명확한 출전 복귀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스키연맹(FIS)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출전에 관여하지만, 선수의 관리 자체는 각국 스키 연맹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형태다.

예를 들어 스위스 크랑스-몬타나 월드컵 경기에서 무릎과 얼굴을 다친 마르테 몬센 선수(노르웨이)는 노르웨이 연맹 결정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일선 선수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커리어는 결국 개인의 자율성 문제라는 시각도 있고, 무모한 선택을 자제함으로써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카이사 비크호프 리에(노르웨이) 선수는 "모든 선수는 의사의 평가를 받지만, 결국 결정은 본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페데리카 브리뇨네(이탈리아) 선수 역시 "본인의 몸은 본인의 것이고, 출전도 선택의 문제"라고 거들었다.

반면 프랑스 올림픽 바이애슬론 챔피언인 루 장모노는 "본의 출전을 두고 처음엔 존경심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자랑할 일만은 아닌 거 같다"며 "젊은 세대에게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고통을 참고 버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8일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센터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한 본은 들것에 실려 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코르티나 지역 병원 중환자실에서 1차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트레비소 지역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미국스키협회는 본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