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김상겸 "부모 속썩인 불효자…은메달 들고 찾아뵐게요" [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서 깜짝 메달…시상대서 큰절
"운과 노력 합쳐진 메달…4번째 도전이라 더 감동"

김상겸이 8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리비뇨=뉴스1) 권혁준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은메달을 안긴 김상겸(37·하이원)의 '눈물 버튼'은 부모님이었다. 쉽지 않은 조건에서 운동을 이어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제대로 효도도 못하고, 운동한다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면서 "한국 가면 은메달 들고 부모님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칼 벤자민(오스트리아)에 0.19초 뒤져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한국 선수단이 첫 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이다. 다만 주목받던 이름은 김상겸이 아닌 이상호(31·넥센)였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상호가 또 한 번 일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사고'를 친 건 '맏형' 김상겸이었다. 예선 8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른 그는 16강에서 잔 코시르(슬로베니아), 8강에선 예선 1위를 차지한 홈팀 이탈리아의 롤롤런드 피슈날러까지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두 번 다 상대 선수의 실수가 나오는 '행운'도 따랐다.

기세가 오른 김상겸은 4강에서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까지 잡아냈고, 결승에선 베냐민 카를(독일)에게 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걸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상겸은 "자신 있는 슬로프였는데 예선 첫 경기에서 실수가 나왔다. 그래도 2차전에선 생각했던 대로 퍼포먼스가 나왔고, 8등으로 예선을 통과했으나 자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토너먼트에선 최대한 실수 없이 타려고 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공격적인 라인을 구사하면서 실수가 나온 것 같다"면서 "내 전략대로 서서히 가속을 붙이는 방식대로 간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2.8 ⓒ 뉴스1 김진환 기자

김상겸은 이번이 4번째 올림픽 도전이었다. 2014 소치에선 예선 탈락, 2018 평창 대회 16강 탈락에 이어 2022 베이징에선 다시 한번 예선 탈락했다. 올림픽마다 아쉬움이 컸기에 더욱 감격스러운 은메달이었다.

김상겸은 "결승 진출이 확정된 순간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면서 "특히 가족들이 많은 응원을 해줬고 첫 메달이라 감동이 더 컸다"고 했다.

시상대에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큰절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겸은 "항상 해보고 싶었던 세리머니였다"면서 "또 다음주가 설날이기 때문에, 응원해 주신 분들께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비인기종목'인 스노보드 선수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른 가까이 벌이가 변변치 않아 부모님과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상겸은 "실업팀 들어가기 전까지는 돈을 못 벌어서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면서 "부모님이 꿈을 지지해 주셨지만, 걱정도 많이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마찰이 있을 땐 '이럴 거면 왜 운동을 시켰냐'며 모진 말도 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했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시상식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2026.2.8 ⓒ 뉴스1 김진환 기자

김상겸은 "부모님에게는 불효자에 가까운 자식인데, 그래도 오늘 은메달로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3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지만, 김상겸은 더 멀리 내다본다.

그는 "앞으로도 2번 정도는 더 올림픽에 나오고 싶다"면서 "오늘 결승에서 만난 카를 선수도 그렇고 이 종목은 오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체력 관리만 잘 하면 더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다른 한국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김상겸은 "부담 갖지 말고, 그동안 최선을 다해 훈련했던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