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가치 있는 '깨끗한 스포츠'…"모두가 하나 돼 지켜내야"

6년 주기 반도핑 최대 행사, 亞 최초 부산서 열려
반카 WADA 회장·코번트리 IOC 위원장 '합심' 호소

반카 WADA 회장은 "깨끗한 스포츠는 싸울 가치가 있다. 다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 "그 출발은 '우리'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KADA 제공)

(부산=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혼자서는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라면 이겨낼 수 있다."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총회(The 6th World Conference On Doping In Sport)'에 참가한 세계 스포츠계 거물들이 입을 모아 '합심' '단합'을 강조했다.

깨끗한 경쟁을 방해하는 세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기에, 그것에 대응하려면 다같이 힘을 합해야한다는 호소다. 개개인은 유혹을 버티기 어렵지만, 연대하면 극복해 낼 수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전했다.

공정한 스포츠의 미래를 논의하는 '2025 WADA 총회'가 지난 2일 부산에서 막을 올려 5일까지 진행된다.

6년 주기로 열리는 WADA 총회는 각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장·차관을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국제경기연맹, 국가도핑방지기구, 분석기관 관계자 등 전 세계 스포츠계 의사 결정권자들이 총출동하는 반도핑 최대 행사다.

이번 부산 총회에도 위톨드 반카 WADA 회장과 양양 부회장을 비롯해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 전 IOC 위원장,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에서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양윤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이 함께 했다.

스포츠의 기본인 '정정당당'을 통째로 흔드는 도핑은, 선수 스스로 행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거듭된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카 회장이 2일 개회식에서 "자신들의 순수함이 깨지길 원하는 선수들은 없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그릇된 길에 들어서게 된다"면서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 전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2025 WADA 총회'에 참가한 세계 스포츠계 거물들은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클린 스포츠'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KADA 제공)

안타깝게도 유혹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반카 회장은 "오늘날 클린 스포츠를 위협하는 힘은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지금의 도핑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반카 회장은 국가와 이념을 뛰어 넘는, 모두의 책임감 있는 노력을 호소했다. 그는 "스포츠는, 지름길보다는 노력을 택할 때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영역"이라며 "우리는 깨끗한 경쟁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모든 세력보다 강해져야 한다. 꿈을 꾸는 모든 선수들을 위해 우리는 하나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스포츠 반도핑 시스템을 지키는 수장이 된 반카 회장 뿐아니라 이번 부산 총회를 위해 모인 모든 스포츠인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IOC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후 처음 방한한 코번트리 위원장은 "가장 중요하고 또 이상적인 것은, 도핑이 아예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위해 모두가 한뜻으로 일하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총회 홍보대사이자 KADA 선수위원인 '배구 여제' 김연경은 "도핑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모두가 공정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사명"이라며 "도핑방지는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만의 노력이 아닌 전 세계 스포츠 공동체가 함께 이뤄가야 할 과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윤준 KADA 위원장이 "스포츠는 인류가 공유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며 "그 순수함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열린 대화와 협력을 통해 깨끗한 스포츠를 보호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야한다"고 호소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반카 회장은 "깨끗한 스포츠는 싸울 가치가 있다. 다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 "어린이와 선수들의 꿈을 지키기 위한 출발은 '우리'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정한 절차와 규칙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엇나가고 있는 세상을 바로 잡으려면, 결국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