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 WADA 총회 1일 개막…"대한민국과 부산, 공정 스포츠 중심으로"
[인터뷰] 김일환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사무총장
6년 주기 반도핑 최대 행사…아시아 최초 한국서 열려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5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총회(The 6th World Conference On Doping In Sport)가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열린다. 6년 주기로 개최되는, 반도핑과 관련한 전 세계 최대 규모 행사다.
WADA 총회는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총 5번 개최됐다. 4번은 유럽에서, 1번은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열렸다. 아시아 개최는 부산이 최초인데, 그만큼 한국의 반도핑 관리업무나 공정 스포츠에 대한 지식과 기술, 철학이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뉴스1과 자리한 김일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 최초의 WADA 총회 개최는 우리나라 반도핑 관련 역량과 지위가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쾌거"라면서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한국과 부산이 전 세계 공정 스포츠 환경을 선도하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총회 기간 191개국 관계자들이 부산에 모인다. 현재 1800명 가까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실제 방한 숫자에는 약간의 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1600~1700명 정도의 참가를 기대하고 있다."
WADA 총회는 각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장·차관을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국제경기연맹, 국가도핑방지기구, 분석기관 관계자 등 전 세계 스포츠계 의사 결정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포츠 공정성의 미래를 논의하는 글로벌 반도핑 행사다.
참석자들은 도핑 방지 규약 및 국제표준 제·개정, 향후 글로벌 도핑 방지 전략 등 스포츠 공정성 강화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며 WADA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대륙별 정부 대표 회의, 분과위원회 회의 등도 열린다.
향후 6년간 반도핑과 관련한 '국제 표준'을 제정하는 자리다. 이런 큰 행사를 '약관'의 KADA가 주도한다는 것은 특별하고도 박수받을 일이다. 내년 11월13일 창립 20주년이 되는 젊은 조직이지만 역량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 됐다.
김일환 사무총장은 "도핑과 관련한 절차들, 과학적·의학적 절차나 이후 법적인 절차를 그 어떤 나라보다 선진적으로 관리하고 적용해 왔다고 자부한다. 기술도 뛰어나다. 우리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도핑컨트롤센터(이하 DCC)에 시료 분석을 의뢰하는데, 그 DCC가 도핑 관련 검사에서는 상당히 공신력 있는 센터"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KADA는 우리가 쌓아온 반도핑 관련 업무나 공정 스포츠에 대한 여러 노하우를 이웃 나라에도 적극 베풀고 있다. 도핑 관련 업무 능력이 우리보다 다소 부족한 나라의 인력을 초청해 교육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클린 투게더' 사업도 그런 일환"이라며 "이처럼 차곡차곡 쌓아온 역량과 국제 사회 네트워크가 아시아 최초의 WADA 총회 개최라는 결실을 맺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1988 서울 하계 올림픽과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경험했듯 스포츠 메가 이벤트 개최는 또 한 번의 비약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025 WADA 부산 총회 역시 한국의 공정 스포츠 환경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다.
김일환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로 한국은 글로벌 스포츠 공정성 강화에 기여하는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는 국제 무대에서의 발언권을 한층 강화하게 되며, 도핑 방지 활동을 위한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국제 스포츠 기구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총회 개최는 한국의 뛰어난 인재들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발판도 될 수 있다. 김 총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기에는 아까운 자원들이 너무 많다. 우리 직원들이 WADA에 진출해 역량을 더 키우고 한국의 위상도 함께 제고시켰으면 한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인사가 IOC 조직에서 보다 넓은 사안을 다루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FIFA에서 세계의 스포츠인들과 교류하는 것처럼, 국내 반도핑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재들이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도약대가 될 수 있다.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부산시 역시 관광, 숙박, 식음료 산업 등에 큰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총회 기간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 외 부산의 명소 관광과 문화 행사 참가도 계획 중인데, 이를 위해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마이스(MICE/국제회의나 전시회, 박람회 등을 통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측면에서의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김일환 사무총장은 "총회 마지막 날인 12월5일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을 통해 2027년부터 적용될 WADA의 표준이 공표된다. 전 세계적으로 함께 적용할 새 기준이 '부산'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정해지는 것"이라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한국이 세계 도핑 관리 업무와 공정 스포츠 환경 발전을 위한 선도적인 지역으로 각인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KADA는 이번 총회를 통해 도핑 방지의 중요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레거시(유산)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레거시 프로그램'의 핵심은 총회 후에도 스포츠계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일환 사무총장은 "WADA 총회는 한국 사회의 큰 화두인 '공정한 사회'와도 연결된다"면서 "도핑 관리라는 하나의 매개가 공정한 사회, 건강한 공동체 확립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큰 보람일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정한 절차와 규칙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김 총장의 바람처럼, '정정당당'이 근간이 되는 스포츠계가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뜻깊은 기회이기도 하다.
개막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다. KADA 측은 국제 사회에 대한민국의 힘을 또 한 번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무대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쏟겠다는 각오다.
김일환 사무총장은 "개최 100일을 앞두고 WADA 실무단이 부산을 찾았는데, 실사를 꼼꼼하게 진행한 뒤 큰 만족을 표했다. 이번 총회에 대한 WADA의 기대가 크다"면서 "우리 정부도 이번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ADA는 부산시와 함께 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작은 것까지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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