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국 양궁, 단체전 '金 1' 뿐…"아직 개인전 남았다"

전관왕 도전 무산…'전력 평준화'로 압도적 1강 어려워
개인전 김우진도 탈락…오늘 김제덕·이우석 金 도전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김제덕, 김우진, 이우석이 웃음을 보이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1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다소 아쉽다. 그래도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고, 개인전이 남아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만하다.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지난 10일까지 진행된 2025 광주 세계 양궁선수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남자 단체전에서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이 3연패를 합작했고, 혼성전에선 김우진-안산(광주은행)이 결승전 패배로 은메달을 기록했다.

안산-임시현(한국체대)-강채영(현대모비스)이 함께 한 여자 단체전에선 준결승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힌 뒤 3-4위전에서 인도를 잡고 동메달을 수확했다.

당초 이번 대회에서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전관왕을 목표로 했다. 당장 작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기에,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의 목표로도 과해 보이지는 않았다.

대표팀 구성도 안정적이었다. '바늘구멍 뚫기'로 일컬어지는 양궁 대표팀 선발전의 특성상, 가장 전력이 불안한 시기는 '새 얼굴'이 합류했을 때다.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변수 때문이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 안산, 강채영, 임시현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고 인사하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하지만 이번 대표팀의 경우 남자부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멤버 3명이 그대로 국가대표 1진을 유지했다. 이 중 맏형 김우진은 올림픽 3번, 세계선수권만 이번이 5번째의 베테랑이고, 김제덕, 이우석도 2023년부터 대표팀 1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여자 대표팀은 파리 3관왕 임시현만 그대로였지만, 대신 2020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이 복귀했다. 강채영도 도쿄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를 두루 경험했다.

선수 구성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결'할 것만 같았던 대표팀이지만, '전관왕'의 목표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리커브 종목의 경우 여전히 한국이 최강 자리를 유지하지만 미국, 인도, 스페인 등의 추격세가 매섭다. 한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해외로 진출하면서 경쟁국들과의 전력 또한 '상향 평준화' 돼가는 추세다.

실제 이번 대회 전까지 2010년 이후 치러진 7번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전관왕을 차지한 건 2021년이 유일했다. 2019년 대회에선 혼성전 한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땄고, 파리 올림픽 직전에 열린 2023년 대회에서도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만 금메달을 가져갔다.

현시점에서 1990~2000년대와 같은 '극강'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렇기에 지난해 파리 올림픽의 성과가 더욱 대단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전 3개 종목 모두 메달을 수확한 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 성과다. 혼성전 8연패가 무산된 것이 다소 아프긴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바라볼 일은 아니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혼성단체전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안산과 김우진이 대화하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남자팀의 맏형 김우진도 "스포츠에서 정해진 결과는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누가 어떤 기량을 발휘해 빛날지를 지켜보는 것, 잘하는 선수가 발목을 잡히는 것 또한 스포츠의 또 다른 면"이라고 했다.

쏟아진 기대에 부담감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김우진은 "우리가 팀워크를 맞춘 지 3~4년이 됐는데, 작년 올림픽 이후 우리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아무래도 부담이 없을 순 없고,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통해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녀 개인전에서 2개의 금메달이 더 걸려있기 때문이다.

11일 메달 색깔이 가려지는 남자부에선 김우진이 32강에서 덜미를 잡히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지만, 김제덕과 이우석이 16강에 안착했다. 단체전에서 보여줬듯 둘 다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기에 기대를 가질 만하다.

대회 최종일인 12일 금메달을 가리는 여자부에선 안산, 임시현, 강채영이 나란히 출격한다. 이들은 11일 오전 64~32강 경기를 치른다.

남자부와 달리 단체전 금메달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만큼, 개인전에선 반드시 금메달 과녁을 뚫겠다는 다짐이다.

강채영은 " "최대 목표는 4강에서 저랑 안산 선수가 만나고, 임시현 선수까지 세 명 모두 단상 위에 올라가는 것이라며 "우리 셋 모두 후회 없이 경기하고 최대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