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AG] 최민정·박지원 '건재' 김길리·장성우 '성장'…밀라노 가는 길 든든

한국 쇼트트랙, 역대 AG 최다 금메달 6개 타이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적수는 없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면서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2025.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역대 최다 금메달(6개)과 타이를 이루는 성과를 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일정이었던 혼성 계주 20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여자 500·1000·1500m 개인 종목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남자는 500m에서 린샤오쥔(중국)에 금메달을 내줬지만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총 6개의 금메달을 완성했다.

남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과 박지원(서울시청)는 다시 '클래스'를 입증했다. 특히 둘은 각각 1년의 공백과 국제종합대회 첫 출전이라는 물음표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서 완벽한 느낌표를 찍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8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박지원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1년 만에 돌아와도, 첫 종합대회여도 역시 에이스

오랜 시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최민정은 지난 시즌 1년 동안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휴식 및 장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공백이 걱정이었는데, 돌아와서 치른 첫 국제 종합대회에서 이전보다 더 좋아진 기량으로 우려를 씻었다.

특히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도 적잖이 고전했던 여자 500m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 묵은 갈증까지 씻었다.

박지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세계 랭킹 1위로 금빛 헬멧을 착용하는 박지원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명실상부 간판이다. 하지만 국제 종합대회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첫 아시안게임에서 시종일관 대회를 즐기면서 기량을 발휘,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에서 김길리가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2관왕 김길리, 1000m 金 장성우도 확실한 도약

김길리(성남시청)와 장성우(고려대)의 성장도 값진 수확이다.

최민정이 자리를 비운 1년 동안 급성장한 김길리는 이번 대회 직전에 열린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사고를 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기대대로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 유망주에서 간판으로 한 단계 도약했음을 입증했다.

남자부 장성우는 그동안 박지원에게 가려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기량을 끌어올린 덕에 국제대회 정상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금메달이 마지막 퍼즐이었는데, 이번 대회 남자 1000m에서 해냈다.

장성우는 "지금까지 쏟아낸 노력을 이것으로 보상받았다"면서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다음 도약까지 다짐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5일 제9회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성적과 경험 모두 잡은 한국 "기다려라 밀라노"

하얼빈에서 기분 좋은 성적과 값진 경험을 얻은 이들의 시선은 이제 1년 뒤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으로 향한다.

'3관왕'으로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한 최민정은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보다도 더 잘 풀리고 있어서 신기하고 기분 좋다"면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자신감을 앞세워 남은 1년 더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전 종목에 출전하고도 체력적으로 거뜬했던 박지원 역시 "종합대회가 처음이었지만 할만하더라"면서 웃어보였다. 그는 "아직 내 이야기는 다 끝난 게 아니다. 1년 뒤 올림픽에서 마무리될 내 진짜 스토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더 발전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서 확실하게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여자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가 넘어지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 경험까지도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김길리는 한참을 울고 난 뒤 "부담감에 실수했던 순간을 잊지 않겠다. 더 강해진 김길리가 돼 돌아오겠다"며 올림픽에서의 설욕을 다짐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