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金 딸게요"…김유진, 파리서 금빛 발차기 약속 지켰다 [올림픽]
할머니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 시작
가시밭길 뚫고 출전한 올림픽서 강호들 연파
-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태권도의 기대주 김유진(24‧울산시체육회)이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16년 전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는 할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한 김유진은 숱한 역경을 딛고 금메달을 따며 한국 태권도계의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랭킹 24위인 김유진은 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2위·이란)를 2-0(5-1 9-0)으로 제압, 우승했다.
이로써 태권도 대표팀은 '태권 데이' 첫날이던 전날 박태준(경희대)이 남자 58㎏급 금메달을 딴 데 이어 김유진이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유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 67㎏급 오혜리와 여자 49㎏급 김소희의 뒤를 이어 8년 만에 한국 여자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울러 2008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끊긴 여자 57㎏급 금메달을 16년 만에 찾아왔다.
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할머니의 공을 빠뜨릴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직접 김유진을 키운 할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배우라고 권유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출발점이었다.
태권도의 재미를 붙인 김유진은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6년 버너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체대에 입학한 2019년에는 나폴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2021년에는 베이루트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하며 성인 무대에서도 통하는 기량임을 보여줬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이런 굵직한 성과를 내고도 김유진은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5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김유진은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가 1장의 추가 티켓을 딸 수 있는 대륙별 선발전에 나설 종목으로 여자 57㎏급을 선택하면서 김유진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대륙별 선발전으로 가기 위해선 국내 선발전을 먼저 넘어야 했다. 체중에 비해 큰 키(183.4㎝)를 갖고 있는 김유진은 긴 린치를 이용해 국내의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아시아 대회로 향했다.
이어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여러 차례 선발전을 거친 것이 오히려 김유진에게는 약이 됐다. 계속해서 강자와 싸우면서 장점은 키웠고 약점은 보완했다. 선발전을 버티기 위해 감당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은 이번 올림픽에서 차례로 상위 랭커를 쓰러뜨린 원동력이 됐다.
할머니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파리로 향한 김유진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차분한 경기력으로 결승까지 올랐고,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상대를 다시 한번 꺾으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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