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자 80㎏급 개척자 서건우 "질식 태권도로 金 따겠다"
중량급의 희망 "책임감 갖고 꼭 1등을 하겠다"
"꿈에서는 매번 지지만, 현실은 반대이지 않나"
- 이상철 기자
(진천=뉴스1) 이상철 기자 = 남자 80㎏급은 한국 태권도의 대표적 취약 체급이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단 한 번도 이 체급에서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서건우(21·한국체대)에 의해 남자 80㎏급의 길이 마침내 열렸다. 서건우는 내친김에 금빛 발차기로 시상대 맨 위에 오르겠다고 각오다.
서건우는 25일 충북 진천선수촌 필승관 태권도장에서 진행한 파리 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처음으로 올림픽 남자 80㎏급에 출전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며 "세계 어느 선수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꼭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건우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2022년 6월 무주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리야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따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기세를 몰아 지난 3월 맨체스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를 꺾고 한국 태권도 최초로 남자 80㎏급 우승을 일궜다.
이 우승으로 서건우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4위에 올라 체급별 상위 5명에게 주어지는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건우는 자신의 태권도 특징에 대해 '질식 태권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대를 숨 막히게 하는 태권도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체력은 서건우의 장점이다. 그는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고, 뒤지고 있어도 끝까지 따라잡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나도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등 훈련량을 늘렸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까 체력과 근지구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80㎏급은 신장이 큰 선수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진다. 이를 활용,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내가 더 빠르게 붙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서건우는 남자 80㎏급의 개척자로서 어깨가 무겁다. 그는 "내가 파리 올림픽에서도 잘해서 이 체급의 길을 더 열어야 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임할 것"이라고 했다.
숨을 고를 법한 시간에도 부지런히 태권도를 연구한다. 몇몇 선수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 그는 자신이 따라 할 수 있는 태권도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며 '기량 향상'을 도모한다.
롤 모델인 이대훈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서건우는 "올림픽을 세 번 경험한 이대훈 코치님이 저나 (박)태준이에게 '긴장하지 않고 일반 대회처럼 뛰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는 선수가 금메달을 딴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서건우는 8살 때 태권도 선수 출신의 아버지 서상혁 씨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태권도를 배웠다. 아버지는 국가대표가 된 아들이 자랑스러울 듯한 데도 엄격하게 대한다고. 서건우가 '자신이 월드클래스가 맞냐'고 물어봤을 때는 운동이나 더하라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서상혁 씨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관중석에서 서건우의 금메달 도전을 응원할 계획이다.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면 아버지도 이제는 '월드클래스'로 인정해 줄지 모른다. 이에 서건우는 "아버지께서 '1등 했다고 거만해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웃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염원은 '제발...'이라고 적힌 서건우의 메신저 프로필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제발 (금메달을) 만져 보자는 의미"라고 이야기했다.
서건우는 파리 올림픽 개막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림픽 경기하는 꿈을 자주 꾸고 있다. 그는 "꿈에서는 매번 내가 지고 있더라. 처음에는 그런 꿈을 꿨을 때 숨이 좀 막히는 등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오히려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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