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놀란 新 행진…21세 지유찬, 1년 뒤 파리에선 어떨까[항저우AG]

자유형 50m 예선·결선서 잇따라 신기록…21년만의 金
21초72 도쿄올림픽 기준 5위…1년 남은 올림픽 기대↑

5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지유찬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9.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록 행진이었다. 어쩌면 본인 조차도 예상이 어려웠던 페이스였을 지도 모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단거리 수영의 역사를 새롭게 쓴 지유찬(21·대구시청)의 이야기다.

지유찬은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유찬은 이날 두 번이나 아시안게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예선에선 21초84로 종전 기록은 0.1초 앞당겼고, 결선에선 21초72를 기록해 또 다시 0.12초 단축했다.

한국 수영은 같은날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이상 강원도청), 이호준(대구시청) 등으로 이뤄진 남자 계영 800m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이 종목에선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더 압도적인 금메달이었다.

그런 계영 이상으로 지유찬의 금메달이 빛나는 이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메달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것은 홈에서 열린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의 김민석 이후 무려 21년만이다.

25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 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지유찬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2023.9.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태환이나 황선우 등 한국 수영의 '슈퍼스타'들도 50m, 100m와 같은 단거리 종목에선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지유찬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셈이다.

특히 지유찬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이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빠르게 기록을 단축해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7월에 열렸던 세계선수권까지만 해도 지유찬은 22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예선에서 22초17을 기록한 지유찬은 출전 선수 123명 중 24위를 기록해 16명이 진출하는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사이 빠르게 기록을 단축시켰고 이번 대회에선 22초 벽을 돌파한 것은 물론, 대회 신기록까지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25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지유찬이 금메달을 확정짓자 포효하고 있다. 2023.9.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현재 페이스라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터다.

지유찬이 결승에서 기록한 21초72는 두 달 전 세계선수권 기준으로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당시 카메론 매커보이(호주)가 21초35의 시즌 베스트로 금메달을, 사보 세바스티안(헝가리)이 21초67로 은메달을 땄는데, 3위인 플로랑 마노두(프랑스)의 기록이 21초72로 지유찬과 같았다.

도쿄 올림픽을 기준으로 봐도 지유찬의 기록은 5위에 해당하는 상위권 성적이다. 당시 금메달은 카엘렙 드레셀(미국)로 21초32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다음 올림픽은 곧장 내년에 열리는 2024 파리 대회다. 현재로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자유형 50m 결선에 오르는 장면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심지어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지난 1년 간 쉼없이 성장한 지유찬이 다음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성장을 이뤄낼 지가 궁금해진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넘지 못할 벽'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수영 단거리 경기장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닐지 모른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