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설상 첫 메달' 숨은 조력자, 따뜻한 리더십 이상헌 코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호의 숨은 조력자 이상헌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News1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호의 숨은 조력자 이상헌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News1

(평창=뉴스1) 정명의 기자 = 이상헌(43)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는 이상호(23·한국체대)가 따낸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의 숨은 조력자다. 사랑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따듯한 리더십'이 결실을 맺었다.

이상호는 24일 오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게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에 못지 않은 은메달이었다. 한국 올림픽 설상 역사를 새로 쓴 메달이기 때문. 이상호는 이제 한국 스노보드·스키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이상헌 코치의 '따듯한 리더십'도 이상호의 메달에 한 몫을 했다. 이 코치는 지난 2014 소치 올림픽 때부터 스노보드 대표팀을 지도했다. 일 년에 8~9개월을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 가족같은 사이다.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정해림(23·한국체대)은 "우린 코치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의 말을 귀담아주시는 분"이라며 "코치님 덕분에 대표팀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상호가 준결승에서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간발의 차로 따돌려 메달 획득이 결정되는 순간, 이 코치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당시를 떠올린 이 코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되더라.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며 "(이)상호가 먼저 안아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더 고맙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은 남자 3명, 여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코치가 이들 선수 5명을 표현하는 말은 "다섯 손가락"이다.

이 코치는 "우린 8~9개월을 같이 산다. 피가 섞인 가족들도 사이가 나빠질 수 있는데 국내 정상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기질이 강하다"며 "처음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노하우가 생겼다. 답은 사랑하는 것이었다. 다섯 손가락을 전부 사랑했다"고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비결을 설명했다.

메달 획득의 고비였던 준결승에서도 이상헌 코치의 한마디가 이상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평행대회전 경기는 예선 성적을 토대로 결선 16강 진출자가 가려진다. 16강은 토너먼트로 치러지는데 예선 순위가 높은 선수에게 코스 선택권이 주어진다. 이날은 한눈에 봐도 레드 코스의 성적이 블루 코스보다 좋았다.

블루 코스에서 코시르를 상대해야 했던 이상호. 걱정하고 있던 그에게 이 코치는 "오늘 네 컨디션이면 누구도 이길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타라"고 말했다. 스승의 격려를 받은 이상호는 코시르를 0.01초 차로 제치고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doctor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