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넘어져도 올림픽新, 1등해도 웃지 못한 女 쇼트트랙
- 권혁준 기자

(강릉=뉴스1) 권혁준 기자 = 넘어지고도 올림픽 신기록. '클래스'를 입증해보인 여자 쇼트트랙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웃지 못했다.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첫 금메달이 나왔다. 쇼트트랙 남자 1500m의 임효준(22·한국체대)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빛 질주'를 펼쳤다.
이날 여자 대표팀도 경기를 치렀다. 500m도 예선과 3000m 계주 준결승이 치러졌다.
500m의 경우 전통적으로 취약한 종목이지만, 3000m 계주는 한국이 최강으로 군림하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인만큼 준결승전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 편성도 캐나다, 헝가리, 러시아 등으로 무난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레이스 초반 이유빈(17·서현고)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뒤로 처진 것. 20바퀴 이상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선두와의 격차는 반바퀴 이상 벌어졌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의 레이스 능력은 최강이었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체력을 길러온 그들답게 폭발적으로 스피드를 내면서 격차를 좁혀갔다. 최민정(20·성남시청), 심석희(21·한국체대)가 힘을 내면서 러시아를 가볍게 제쳤다.
이후 넘어졌던 이유빈이 치고 나가 2위로 올라서 안도감을 들게했다. 2위만 해도 결승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이미 레이스 초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빠르게 스퍼트를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쉬지 않았다. 홈팬들 앞에서 자신들의 최강 기량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쉼없이 달려나갔다. 7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심석희가 인코스로 파고 들면서 선두로 치고 나간 순간, 경기장이 후끈 달아 올랐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반바퀴 이상 뒤처졌던 팀의 질주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캐나다는 결코 한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최종 기록은 4분06초387.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레이스 초반 한 차례 넘어진 팀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기가 막히는' 장면이었다. 관중들은 감탄과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웃지 않았다. 1위로 들어왔음에도 마치 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처럼 표정이 굳어있었다.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의 기자들도 그대로 지나쳤다. 최민정은 도핑테스트를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고, 넘어졌던 이유빈과 선두 추월의 주역 심석희도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예진만이 인터뷰에 응했지만 "넘어졌을 때 빨리 대처를 하려고 했다. 연습했던 부분"이라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었다.
2위로 들어왔지만 밝게 웃으며 경기장을 나서는 캐나다 선수들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자 계주는 늘상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팀이다. 그렇기에 자부심도 있지만,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준결승 레이스는 대단했지만 스스로 '완벽'한 레이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결승 진출에도 성공했기 때문에 그들이 '완벽한 레이스'를 펼칠 기회는 남아있다. 결승에서 맞붙을 '숙적'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그 기쁨은 몇 배 더 클 터다.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은 20일 오후에 열린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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