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천개 이상의 토스…'명가 재건' 키를 쥔 황동일과 이민욱
유광우 떠난 삼성화재 세터 자리 놓고 경쟁 중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배구 명가' 재건의 키는 이들에게 달렸다. 삼성화재의 세터 황동일(31)과 이민욱(22)이 팀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0년 동안 팀의 주전 세터였던 유광우가 박상하의 FA 보상선수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으면서 삼성화재는 가장 중요한 '야전사령관' 자리가 공석이 됐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박)상하가 왔더니 세터(유광우)가 빠졌다"고 아쉬움을 전한 뒤 "결국 동일이와 민욱이가 어떻게 해주는 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황동일과 이민욱은 다가올 2017-18시즌을 위해 하루 2000개 이상의 토스 연습을 불사하며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삼성 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황동일과 이민욱의 얼굴은 핼쑥해 보였다. 특히 황동일은 "벼랑 끝에 서있는 심정"이라며 새 시즌을 앞둔 각오를 다졌다.
팀 사정상 라이트와 센터, 세터를 오갔던 황동일은 2017-18시즌에는 세터로만 나선다. 경기대 시절 대학 최고의 세터로 꼽혔던 황동일은 막상 프로에서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이후 여러 팀을 오갔다. 2014년 1월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지만 황동일은 세터보다는 라이트와 센터 등으로 뛰어야 했다.
그는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여러 포지션을 오갔지만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면담을 통해 세터로만 전념하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다. 기회가 왔으니 팀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한국을 이끌어갈 대형 세터란 말을 들었던 황동일은 명예회복을 다지하며 죽기 살기로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세터 훈련만 하는 것이 거의 4년 만인 것 같다. 오랜 만이라 감각이 떨어져, 이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황동일은 배수의 진을 쳤다. 그는 "인생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서도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어느 팀에 가도 배구를 하기 힘들 것 같다. 정말 절벽 앞에 서있는 심정이다.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36개월 된 아들은 이제 막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황동일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코트에서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다. 정말 절박하다"고 했다.
유광우가 떠났다는 것은 이민욱에게는 곧 기회다. 2016-17시즌 유광우의 백업 세터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민욱은 이번 시즌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민욱은 "작년엔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녔고, 그러다 보니 잘 됐던 것 같다. 이제 광우형이 없다는 부담도 안고 가야 한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야지만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기회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가능성만 보여줄 순 없다. '유망주' 또는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의 친동생'으로 불렸던 이민욱은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강훈련을 버텨내고 있다.
이민욱은 "원래 우리 팀이 훈련양이 많다"고 한 뒤 "오전, 오후, 야간 훈련까지 코치님과 맨투맨으로 토스 연습을 하고 있다. 신 감독님께서 하루에 3000개씩은 올려야 한다고 하셨는데 대략 2000~2500씩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야간 훈련을 마치면 녹초가 돼 쓰러져 잠이 든다"고 설명했다.
황동일은 고참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분명 우리가 부진하면 '역시 유광우의 공백이 컸다'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솔직히 부담도 있지만 이젠 민욱이랑 둘이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심리적인 압박을 풀어가기 위해선 결국 연습으로 만들어 놔야 한다"고 말했다.
황동일은 "아무리 멘탈이 좋아도, 토스 실력이 안 되면 꽝"이라고 표현한 뒤 "그것을 위해 힘든 훈련을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민욱의 숙제는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이민욱은 "경기에 들어가면 (토스가)잘 될 때와 안 될 때 차이가 있었다"고 돌아본 뒤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계속 토스 연습을 하고 있다. 흔들림 없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황동일과 이민욱은 좋은 경쟁자이지만 바라보는 지향점은 같았다. 팀의 자존심 회복이다.
이민욱은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라며 "올핸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황동일은 "배구에서 세터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랑 민욱이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면서 "이번에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팀도 다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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