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경은, 4년 전 '고의패배' 파문 깨끗이 씻은 값진 메달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4년 전 첫 올림픽에서 '고의패배' 논란 속에 눈물을 삼켜야 했던 정경은(26·KGC인삼공사)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승찬(22·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정경은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센트로 파빌리온4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복식 3-4위전에서 세계 랭킹 2위 탕유안팅-유양(중국)조를 40분만에 2-0(21-8 21-17)으로 완파, 동메달을 수확했다.
정경은에게는 좀 더 특별한 메달이었다. 다소 억울했던 첫 올림픽의 기억을 확실히 씻어낼 수 있는 값진 메달이었기 때문이다.
4년 전 22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2012 런던 올림픽. 김하나(27·삼성전기)와 짝을 이뤄 복식 대표팀으로 나섰던 정경은(26·KGC인삼공사)은 조별 예선 3승을 했지만 실격을 당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왕샤오리-유양(중국)조를 2-0(21-14 21-11)으로 꺾었지만 중국조가 8강에서 좀 더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고의로 패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었다.
8강에서 만나게 돼 있던 A, C조의 상위 4개팀이 모두 실격됐고, 이 중 한국조가 2개조나 포함돼 있었다. 한국의 경우 8강에서 자국팀끼리 만나지 않기 위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이었다.
한국은 제소까지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경은을 비롯한 한국선수 4명은 대회가 끝난 뒤 1년간 선수자격 정지의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정경은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경은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나가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아직 26세일 뿐이지만,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녹록지만은 않았다. 징계가 해제된 이후 장예나(27·김천시청)와 호흡을 맞췄으나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올림픽 1년을 남기고 파트너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4살 어린 신승찬과 호흡을 맞추면서 정경은은 '언니'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정경은은 "꿈꾸던 올림픽 무대를 얼마 남기지 않고 새 파트너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선수에게는 뚝심이 있어야하지 않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돌아봤다.
신승찬과의 호흡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네트플레이가 강점인 정경은이 앞에서 끌어주고 강한 공격이 일품인 신승찬이 뒤에서 받쳐주면서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불과 1년만에, 국제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냈고 랭킹도 5위까지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파트너를 맞바꾼 장예나-이소희와 결승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대진도 잘 풀리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장예나-이소희는 8강, 정경은-신승찬은 4강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정경은은 마지막 남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의 각오로 출전한 올림픽이었기에, 3-4위전이 더욱 간절했다.
맞대결 상대가 4년 전 '고의패배' 논란의 시작이었던 유양이 포함된 조라는 사실은 더욱 동기부여를 강하게 했다. 결국 2-0의 완승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동메달과 함께 정경은이 4년 전 겪은 아픔과 불명예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게 됐다.
starburyny@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