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부상에 신음하던 사재혁, 스스로 저버린 마지막 기회

후배 폭행으로 자격정지 10년 중징계 받아

사재혁(31·아산시청).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역도의 간판, 오뚝이 역사 등 사재혁(31·아산시청)을 수식하는 단어는 화려했다. 하지만 폭력에 얼룩진 그의 마지막은 초라하고 쓸쓸했다.

대한역도연맹은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 위치한 연맹 회의실에서 선수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31일 후배 황우만(20·한국체대)을 폭행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사재혁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재혁은 올해 만 31세로, 징계 완화 등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41세가 되어야 선수 자격을 회복할 수 있다. 그에게 내려진 '10년 징계'는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

사재혁의 역도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77㎏급에서 인상 163㎏·용상 203㎏·합계 366㎏으로 금메달을 따며 단숨에 한국 역도의 간판스타로 올라섰다.

그러나 사재혁은 이후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어깨 부상으로 인해 대회를 포기했고, 이후 절치부심 준비한 런던 올림픽에서는 경기 도중 팔꿈치가 탈구되는 불운에 또다시 좌절했다. 당시 바벨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안타까워하는 사재혁의 모습에 '오뚝이 역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후로도 어깨, 손목, 무릎 등 큰 수술을 여러차례 받으면서 복귀가 쉽지 않아보였지만, 1년 이상 재활에 매진하며 복귀를 준비하면서 2013년 재기에 성공했다.

사재혁은 2013 전국체전에서 인상, 용상, 합계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인상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용상에서 세 번의 시도를 모두 실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복귀한 사재혁은 장미란의 은퇴 이후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역도의 여전한 간판이었다. 올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서도 85kg급의 유력한 메달후보로 거론됐다. 나이 등 여러 부분을 고려했을 때 이번 올림픽은 사재혁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그 스스로도 "올림픽 삼세번을 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스스로 기회를 저버렸다. 후배에게 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심각한 폭력을 휘둘렀고, 피해 당사자와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뒤늦게 사과를 하러갔지만 때는 너무나 늦었다.

부상에 신음하던 그가 몇 차례나 다시 일어서 마지막 올림픽 출전의 꿈을 꿨지만 그의 행동은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나 어리석었다.

폭력 파문으로 역도계 전체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노메달' 참패를 씻고 재기에 나서겠다는 각오였지만 대표팀을 구성하기도 전에 차질이 빚어졌다.

연맹은 당초 이번주 내로 2016년 대표팀 구성 작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사재혁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역도 대표팀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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