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포스트 조던' 넘어선 코비 브라이언트…시즌 후 은퇴

코비 "이번 시즌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마지막 시즌"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 AFP=News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20년 동안 화려하게 수놓았던 코비 브라이언트(37·LA 레이커스)가 이번 시즌 후 은퇴한다.

브라이언트는 30일(한국시간) 현지 매체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농구에게(Dear Basketball)'라는 편지 형식의 글로 은퇴 의사를 밝혔다. 레이커스와의 계약이 올해로 만료되는 가운데 브라이언트가 은퇴를 공식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이언트는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샬럿 호네츠에 13번째로 지명됐다. 이후 곧바로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됐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 오직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벼왔다.

정규시즌 통산 1292경기에 출전해 평균득점 25.3점을 기록했다. 브라이언트는 현재까지 통산 3만2670점으로 NBA 역대 득점 랭킹 3위(1위 카림 압둘자바 3만8387점)에 올라있다. 또 정규시즌 MVP 1회, 올스타 17회, 5번의 우승, 2번의 올림픽 금메달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아킬레스건, 무릎, 어깨 등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 시절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현재까지 12경기에 출전해 평균득점 15.7점, 야투율 31.5%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브라이언트는 2012-13시즌까지만 해도 경기당 27.3득점을 올릴 정도로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결국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 은퇴 이후 농구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올린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브라이언트가 NBA에서 보낸 20년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8 NBA 올스타전에서 맞붙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마이클 조던.ⓒ AFP=News1

△겁 없던 고졸 루키…슬램덩크 챔피언에서 3연패까지

1996년 브라이언트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로워 메리온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NBA에 도전장을 던졌다.

루키 시즌을 주로 벤치 멤버로 활약했던 브라이언트는 1997-98시즌 올스타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슬램덩크 챔피언에 올랐고 후보 선수였음에도 팬 투표를 통해 올스타전 스타팅 멤버에 뽑혔다.

올스타전에서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을 상대로 멋진 플레이를 펼쳤다. 멋진 덩크를 비롯해 18점을 올리면서 'NBA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뒤 브라이언트는 유력한 포스트 조던으로 거론됐다. 많은 유망주들이 조던과의 비교 과정에서 무너지기도 했지만 브라이언트는 견뎌냈다. 플레이오프에서 연속 에어볼을 기록하면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부담감을 이겨내면서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1999-2000부터 2001-02 시즌까지 브라이언트는 샤킬 오닐과 함께 원투 펀치를 꾸려 레이커스를 NBA 우승으로 이끌었다. 샤킬 오닐이 팀의 중심이었지만 브라이언트가 없었다면 레이커스의 3연패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브라이언트는 샤킬 오닐과 함께 NBA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2009 NBA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코비 브라이언트.ⓒ AFP=News1

△홀로서기 성공…81득점·2번의 우승

영원할 것 같던 레이커스 왕조는 2004년 여름 샤킬 오닐이 마이애미 히트로 향하면서 무너졌다. 레이커스의 성적은 하락했지만 브라이언트는 1옵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브라이언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2006-06시즌에는 평균 35.4득점을 기록하면서 생애 첫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6년 1월22일 브라이언트는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혼자 81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한 경기 81득점은 1962년 전설적인 센터 윌트 체임벌린이 기록한 100득점에 이어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2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브라이언트는 2007-08시즌 평균 28.3득점 6.3 리바운드 5.4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파이널 무대에서는 보스턴 셀틱스에게 패했다.

2008-09, 2009-10시즌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를 2연패로 이끌었다. 올랜도 매직, 보스턴 셀틱스를 차례로 제압하면서 정상에 우뚝섰고 개인 통산 5번 우승에 성공했다. 이미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선 브라이언트지만 팀을 우승까지 이끌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졌다.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 AFP=News1

△예상치 못했던 부상…씁쓸한 마무리

2010년 우승을 차지한 뒤 레이커스는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브라이언트는 고군분투했지만 팀은 우승권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2012-13 시즌이 막바지로 흐르던 가운데 브라이언트는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브라이언트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재활까지는 6~8개월이 예상됐다. 30대 중반이던 브라이언트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2013-14시즌, 2014-15시즌 브라이언트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2013-14시즌에는 단 6경기, 2014-15시즌에는 35경기 출전에 그쳤다.

브라이언트는 더 이상 농구 코트를 지배하지 못했다. 야투 성공률은 점점 하락했고 무리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25일에는 시즌 개막 후 최다 연승에 도전하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붙었다. 브라이언트는 야투 14개를 던져서 단 1개 성공하는데 그치면서 골든스테이트의 신기록 수립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날 브라이언트가 올린 점수는 4점에 불과했다.

결국 브라이언트는 5일 뒤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이언트는 "이번 시즌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다. 내 심장은 계속 뛸 것이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 몸은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yj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