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쨌든 금메달"…노시환이 놓친 '주장의 품격'
아시안게임 야구 5연패 달성 후 소감 논란
-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솔직히 (야구대표팀을 향한 비판은) 아예 신경 쓰지 않습니다. 금메달이 중요한 거지,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금메달을 땄잖아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우승한 뒤 노시환(26·한화 이글스)은 이렇게 말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에 도취했는지,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구기 종목 5연패는 박수받아 마땅할 대기록이다. 앞서 1986년 서울 대회~2002년 부산 대회의 남자 핸드볼, 1990년 베이징 대회~2006년 도하 대회의 여자 핸드볼이 5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을 뿐이다.
선배들부터 쌓아온 영광스러운 기록의 명맥을 이어갔으니 그 환희는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여기에 대회 조직위원회의 엉망진창 운영으로 야구대표팀 역시 빨래 전쟁, 각자도생 훈련 등 고난을 겪기도 했다. 우리가 모두 다 알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땀 흘린 노력을 보상받았을 테니 목에 걸린 금메달을 보며 감정에 북받쳐 올랐을 수도 있다.
잘한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스포츠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고, 이는 기록으로 영원히 남게 된다.
그러나 이게 맞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노시환의 소감이 들리던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두세 번 다시 질문했지만,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공감대 없고 가벼운 금메달 소감은 황당할 따름이다.
더욱이 노시환은 25세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된 야구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형'이면서 '주장'이었다. 선수들을 대표해 말 한마디도 진중하게 꺼내야 하는 위치에 있건만, 이를 망각한 듯했다.
천신만고 끝에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은 경기력 논란으로 날 선 비판과 싸늘한 시선도 함께 받았다.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은 일본은 프로 선수 없이 사회인 선수로 팀을 꾸렸고, 대만도 실업팀 선수가 대거 발탁됐다. 두 팀 모두 전원 프로 선수로 구성된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
한국은 그런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고전했다. 심지어 결승전에 앞서 슈퍼라운드에서 만난 일본을 상대로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0-5로 완패, '도요하시 참사'라는 굴욕적인 주홍 글씨까지 새겨졌다.
물론, 야구대표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이 '사회인 야구'라는 수식어에만 매몰돼 있다고 서운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다만 팬들이 왜 분노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국가대표 선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지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 보고 있지만,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결과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과정이 빛나야 그 결실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젊은 선수답게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라고 포장해선 안 된다.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한없이 가볍고 철없는 '실언'이었다.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품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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