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땄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한국 야구가 남긴 숙제[AG]
'사회인야구' 日에 완패 수모…대만 실업팀 투수에도 고전
금메달도 있지만 '도요하시 참사'도 잊지 말아야
- 이상철 기자
(도요하시=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5연패의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의미 있는 기록인 건 분명하지만, 부끄러운 민낯에 냉철하게 박수만 보낼 수는 없다. 많은 숙제를 남긴 무대였다.
아마추어 선수를 제외하고 전원 프로 선수로 팀을 꾸린 한국은 '사회인 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실업 선수가 절반 이상인 대만을 상대로도 고전했다. '공은 둥글다'는 격언이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하며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힘겹게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5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안게임 구기 종목 5연패는 남자 핸드볼(1986년 서울 대회~2002년 부산 대회), 여자 핸드볼(1990년 베이징 대회~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야구가 세 번째다.
대업을 일궜으나 야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각인시킨 건 '도요하시 참사'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0-5로 굴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10년 넘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일본 프로 선수가 뛰지 않는 아시안게임에서만큼은 한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일본에 참담하게 밀렸다.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인 '11년 307억 원' 계약을 체결한 노시환을 비롯한 타자들은 단 4개의 안타만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인 야구선수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2루조차 밟지 못하며 아예 찬스조차 없었다. 투수들 역시 마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래 사회인 야구 선수로 꾸려진 일본에 패한 건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불안한 조짐은 그 전부터 보였다. 야구대표팀은 '결전의 땅'으로 떠나기 전에 치른 상무와 평가전에서 7-6 신승을 거뒀다. 대회 첫 경기에서도 대만 실업팀 투수 린이웨이를 상대로 5이닝 동안 단 안타 1개만 때리며 수모를 겪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대표팀은 삐거덕거린 적이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도 각각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패했으나 결승까지 올라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결말은 비슷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설욕하고 정상을 지켰다.
다만 정상으로 가는 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은 무수히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한 방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1-1로 맞선 8회초 2사 1,3루에서 김도영과 문보경의 적시타가 터지며 균형을 깼지만, 일본의 거센 반격에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지만, 야구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겉면만 화려할 뿐,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야구를 보며 위기 의식도 커졌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3월 펼쳐진 2026 WBC에서 17년 만의 8강 진출을 일궜지만, 공식 기록은 '2승 3패'였다.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완패를 당하며 세계의 벽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대만을 상대로도 이기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은 이제 '화양연화'가 됐다.
과거의 압도적인 위용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야구는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도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금메달과 5연패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적지 않은 아쉬움과 숙제를 남긴 채 아시안게임 야구 일정을 마무리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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