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8강’ 여전한 세계의 벽…KBO리그부터 돌아봐야[WBC 결산]

경우의 수 뚫고 17년 만에 8강…도미니카에 콜드패
5경기 2승3패 '전력 한계'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7-2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3.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기적처럼 8강 진출을 일궈내며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에 환희를 안겨준 동시에, 명확한 과제 또한 남긴 대회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대회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1월 류지현 감독을 사령탑에 임명한 대표팀은, 같은 해 11월 체코, 일본과 4차례 평가전을 수행했다. 이후 올 1월엔 사이판으로 떠나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등 빠르게 대회를 준비했다.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협조 속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기에 한국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선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류 감독 등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해 직접 선수들의 의사를 타진했고, 그 결과 셰이 위트컴, 저마이 존스, 데인 더닝 등 세 명의 한국계 선수를 최종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전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한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8강이었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으로 선전했지만 이후 3연속(2013, 2017, 2023)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기에 조별리그를 뚫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한국은 첫 경기 체코전에서 11-4 승리를 거두며 지난 3번의 대회에서 따라붙었던 '1차전 징크스'를 끊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 앞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26.3.9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후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선전 끝에 6-8로 패했다. 기본적인 기량 차를 인정하고 들어갔기에 패했음에도 잘 싸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가장 중요했던 대만전에서 연장 끝에 4-5로 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웠다. 다행히 앞서 호주가 대만을 잡아준 덕에 2라운드 가능성은 살아있었으나,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라는 쉽지 않은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한국은 호주전에서 7-2로 조건을 정확하게 맞추고 승리, 17년 만의 8강 염원을 이뤘다.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끝에 일군 결과였다.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한 한국은 8강에서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로 구성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과 만났다. 쉽지 않은 경기였으나 기세를 몰아 이변을 일으킨다는 각오였으나, 결과는 0-10 대패로 9회까지 경기를 치르지도 못했다.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마지막이 콜드게임 패배라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마지막 경기의 대패는 다시 한번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7회말 7회 0-10 콜드게임패를 당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3.14 ⓒ 뉴스1 구윤성 기자

한국은 이번 대회 5경기를 치르며 도합 29실점 했다. 경기당 평균 6점에 가까운 많은 실점이었다. 마지막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빼도 1라운드 4경기에서만 19점을 빼앗겼다. 타선이 나름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어려운 경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한국 투수진은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문동주와 원태인, 라일리 오브라이언 등이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웠다.

5경기에서 도합 9개의 피홈런을 내줬고, 마지막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볼넷도 6개나 남발했다. 최근 몇 년 간 KBO리그에서 잠재력 있는 어린 투수들이 나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덜 도드라졌지만 타선 역시 시원하진 않았다. 체코, 호주 등 우리보다 전력이 낮다고 평가된 팀들과의 경기에선 활약했으나, 수준 높은 팀들과의 경기에선 침묵했다. 그나마 일본전에서 분전했을 뿐,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고전했다.

한국은 8강에 오른 팀 중 유일하게 3승 이상을 올리지 못한 팀이었다. 여기에 8강전에서도 대패하면서 2승3패, 5할에 미치지 못한 승률로 대회를 마쳤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류지현 감독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2026.3.13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번 대회 대표팀의 성적이 '잘 싸웠다'는 말로 포장이 가능한 건,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전'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기본 전력을 갖춰야 하고,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장 한국 야구의 근간이 되는 KBO리그를 돌아봐야 한다. KBO리그의 몸값은 전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리그의 수준이 몸값만큼 높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 투수를 당장의 성적이 급급해 필승조로 활용하는 모습, 팀 내 외국인 선발투수의 비중이 매우 높은 점 등은 한국의 국제 경쟁력 강화엔 도움이 되지 않는 장면이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큰 무대에 도전하는 유망주들에게 '복귀 시 2년 유예'와 같은 족쇄를 채우는 것 역시 한국 야구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은 아닐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야구팬들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26.3.14 ⓒ 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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