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두' 로망이던 박찬호, '내야 중심축' 원한 두산에 안기다

4년 최대 80억원…두산 진정성에 박찬호 마음 움직여
내야 유망주 많지만 경험 부족…박찬호 합류 효과 기대

두산과 4년 총액 최대 8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박찬호.(두산 베어스 제공)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올해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두산 베어스가 '최대어' 박찬호(30) 영입에 성공했다. 경험이 풍부한 주전 외야수를 확보한 두산은 경험이 부족한 내야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 구단은 18일 "박찬호와 4년 총액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 원·연봉 총 28억 원·인센티브 2억 원)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올해 정규시즌을 9위로 마치며 자존심을 구긴 두산은 시즌 종료 후 '우승 청부사' 김원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내년 시즌 대권 도전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두산은 코칭스태프 개편에 그치지 않고 전력 보강 작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최대어로 꼽힌 박찬호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복수의 팀과 경쟁이 붙었지만, 거액을 베팅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고, 박찬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총액 80억 원 중 인센티브 2억 원을 제외한 78억 원이 보장금액일 만큼 영입에 적극성을 보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유격수 심우준(4년 총액 50억 원)의 총액과 박찬호의 계약금이 같다.

박찬호는 두산이 영입한 '4번째' 외부 FA다. 홍성흔, 장원준, 양의지에 이어 다른 팀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4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홍성흔과 양의지가 두산에서 프로 데뷔한 선수라는 걸 고려하면, 박찬호는 FA 이적으로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에 이어 역대 2번째 선수가 된다.

박찬호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아 KIA 유니폼을 입었다.

2025시즌까지 통산 108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KIA의 통합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두산 베어스 제공)

타격 지표는 특급이 아니지만, 주력과 수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19년과 2022년 도루왕에 올랐고, 두 차례(2023~2024년) 유격수 부문 수비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두산이 박찬호를 영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내야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주포지션인 유격수는 김재호의 은퇴 이후 마땅한 후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김재호의 퇴장 이후 잠재력을 갖춘 여러 선수가 두루 기회를 받았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올해 두산에서 유격수로 가장 많이 뛴 선수는 이유찬이다. 총 541이닝의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287이닝을 소화한 박준영은 최근 은퇴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안재석, 오명진, 박준순 등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지만, 내야의 중심을 잡기엔 아직 경험과 무게감이 떨어진다. 두산이 베테랑 박찬호에게 러브콜을 보낸 배경이다.

박찬호가 내야 사령관으로서 중심을 잡으면서 경험을 전수하면, 그의 곁에서 함께 뛰는 후배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두산도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다. 리드오프로서 역할은 물론 공격적인 주루 능력까지 갖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며 박찬호 합류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찬호도 두산의 통 큰 베팅에 고마움을 전했다.

박찬호는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두산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며 "좋은 계약을 해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가 두산 야구단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