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 잃은 한국 마운드, 일본과 2경기 사사구 23개 자멸

1차전 볼넷 11개 이어 2차전도 볼넷 12개 남발
만루서 스트라이크 못 던져, 밀어내기로 4실점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배찬승이 8회초 일본공격 2사 만루때 모리시타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 마운드가 숙적 일본을 상대로 이틀 연속 3점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김주원(NC 다이노스)의 극적인 홈런이 터져 패배를 면했지만, 무더기 사사구를 허용한 마운드는 큰 과제를 남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7-7로 비겼다.

9회말 2사에서 김주원이 짜릿한 동점 홈런을 터뜨려 패배 위기에 처한 대표팀을 구했다.

전날 1차전에서 4-11로 대패했던 한국은 2차전에서 끈질긴 추격을 펼쳐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부터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야구대표팀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이날 무승부로 11연패를 막았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는 결과다.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맞붙을 일본을 상대로 또 이기지 못했다.

특히 마운드가 이번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크게 흔들렸다는 건 고민거리다.

1차전에서 7명의 투수가 사사구 11개를 허용하며 불안한 제구를 보였는데, 2차전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7명의 투수가 나가 피안타 6개보다 두 배 많은 사사구 12개를 내줬다.

이 두 경기에서 사사구를 기록하지 않은 투수는 성영탁(KIA 타이거즈)과 박영현(KT 위즈), 2명뿐이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4회초 일본의 공격 1사 만루 이소바타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든 기시다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차전에서는 미국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탓에 두 팀 투수 모두 고전했다. 한국보다 제구가 좋은 편인 일본 역시 사사구 9개를 쏟아내는 등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점 과정이었다. 한국 마운드는 제구 난조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볼넷으로 무너졌다.

한국은 이날 치명적인 밀어내기 볼넷만 4개를 기록, 허무하게 실점을 쌓았다.

3-0으로 앞선 4회초 구원 등판한 오원석(KT)은 1사 만루에서 사사키 다이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이시카미 다이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배턴을 받은 조병현(SSG 랜더스) 역시 만루에서 이소바타 료타를 볼넷으로 내보내 3-3 동점이 됐다.

5회초에도 김영우(LG 트윈스)가 2사 만루에서 사사키에게 4-4 동점이 되는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한국이 7회말 한 점을 만회하며 5-6으로 추격했지만, 곧바로 8회초 추가 실점을 했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은 내야안타 한 개와 볼넷 두 개로 만루를 자초하더니 모리시타 쇼타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박영현이 6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 마운드가 전력을 100% 가용할 수는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역투를 펼쳤던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이글스), 손주영(LG)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대표팀 소집 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류지현 감독 입장의 손에는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너무 부족했다.

그러나 이 투수 3명의 부재가 대표팀 마운드 붕괴와 직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국 투수의 공격적인 투구가 아쉬웠다.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가장 잘 던진 투수는 각각 3이닝, 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정우주(한화)와 박영현뿐이었다. 둘 다 적극적인 대결을 벌여 아웃카운트를 늘려간 게 인상적이었다.

2026 WBC에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없이 주심이 직접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주심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커질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다.

결국 투수는 주어진 여건에 맞춰 타자와 공격적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우주와 박영현이 좋은 선례를 남겼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