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SSG 울렸던 김성욱, SSG 유니폼 입고 '끝내기 영웅' 우뚝[준PO2]

NC 시절 2023년 준PO SSG 상대 홈런…"좋은 기억 있었다"
트레이드 이적 후 주춤…"죄송했는데, 오늘 홈런 만회"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김성욱이 9회말 1사 끝내기 솔로홈런을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2년 전 SSG 랜더스를 울렸던 이가, 'SSG맨'이 돼 끝내기 영웅으로 우뚝 섰다. 가을만 되면 유독 힘을 내는 김성욱(32)의 이야기다.

김성욱은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성욱이 때린 단 하나의 안타는 바로 끝내기 홈런이었다.

팀이 3-3 동점을 허용한 뒤 맞은 9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성욱은, 삼성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의 2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준PO 역대 4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12번째 끝내기 홈런. 이 한방에 SSG는 4-3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김성욱은 NC 다이노스 시절 여러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정규시즌에 비해 특별히 강한 집중력을 선보이며 슈퍼 캐치와 홈런 등으로 여러 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2년 전 준PO에선 NC 유니폼을 입고 SSG를 울렸던 기억도 있다.

2023년 준PO 1차전에서 NC 소속으로 SSG 상대 결승 홈런을 때렸던 김성욱.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당시 1차전에서 대타로 나선 김성욱은 SSG의 외인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결승 2점홈런을 때려 영웅이 됐다.

이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NC는 내리 3경기를 잡는 '업셋'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오늘, 김성욱은 같은 장소, 같은 무대에서 또 한 번 결정적인 홈런을 때렸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SSG 유니폼을 입고 '홈팬'들 앞에서 환희를 맛봤다는 점이다.

김성욱도 2년 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부터 코치님들이 그때처럼 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상황이 또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막상 김성욱은 이 타석에 서지 못 할 뻔했다. 이숭용 SSG 감독이 대타 기용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치진과의 상의 끝에 김성욱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했고, 김성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SSG가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으로 4-3으로 승리했다. 끝내기 홈런을 친 김성욱이 선수들로 하여금 물세례를 받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김성욱은 "나는 후라도의 공을 잘 친 기억이 없었고, 대타를 기다리고 있는 류효승이 잘 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도 교체 여부에 대해 큰 생각은 하지 않았고, 나가면 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에 비슷하게 오면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자는 생각이었다"면서 "배트에 맞은 순간 무조건 넘어갔다는 생각이었고, 타구가 휘어나가지 않기만을 바랐다"고 부연했다.

올 시즌 중반 NC에서 SSG로 이적한 김성욱은 사실 그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성적이 56경기에서 타율 0.196에 2홈런 13타점에 불과했다. 잦은 부상 탓에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김성욱이 9회말 1사 끝내기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김성욱은 "SSG로 온 뒤로 경기에 나갈 때마다 잘 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안 됐다. 부상도 많았다"면서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 홈런으로 조금은 만회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김성욱은 대구에서 맞이할 3차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전으로 나갈지, 뒤에 나갈 지는 모르지만 언제든 상황에 맞게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언제든 경기에 나간다면 오늘처럼 활약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