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상황'에도 침착했던 남자 양궁…"순번 바뀌는 상황도 대비"
3세트 앞두고 이우석 '핑거탭' 이탈…활 쏘는 순서 변화
변수에도 6-0 완승…이우석 "3번 주자는 평생 우진이형"
- 권혁준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세계 양궁선수권 단체전 3연패를 눈앞에 두고 나온 돌발상황. 하지만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남자 리커브 대표팀은 침착하게 변수에 대비했고, 이변없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모든 상황을 대비한 훈련의 효과였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이뤄진 한국은 10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광주 세계 양궁선수권 대회 남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6-0(56-55 57-55 59-56)으로 완파,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손쉬운 승리로 보였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았다.
2세트를 마친 뒤 손을 부딪치며 파이팅을 외치다가 이우석의 '핑거탭'이 빠진 것이다. 핑거탭은 활시위를 당기는 도구다.
곧장 3세트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줄곧 1번을 맡아온 이우석의 장비 문제가 생겼다.
이우석은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벌벌 떨면서 핑거탭에 손가락을 다시 넣었고, 순번을 후다닥 바꿨다"고 돌아봤다.
돌발상황이 생겼지만 한국은 당황하지 않았다. 김제덕 1번, 김우진 2번, 이우석 3번으로 순서를 교체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화살에서 첫 주자 김제덕이 10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김우진이 9점을 쐈지만 '3번 주자' 이우석이 10점을 꽂았다.
2번째 화살에선 원래 순서대로 이우석-김제덕-김우진이 차례로 나섰고, 셋 다 10점을 꽂으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순서를 바꾼 건 즉흥적인 '임기응변'이 아니었다. 이미 훈련 때부터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 훈련해 온 결과물이었다.
이우석은 "보통 김제덕 선수와 내가 순서를 바꿔서 훈련한 적이 많았는데, 김우진 선수가 3번에서 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주자의 긴장감을 경험한 이우석은 "김우진 선수가 경력도 많고, '팀장'이니까 아무래도 평생 3번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45살까진 못 놓아주겠다"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던 김우진은 "2번을 쏴보니 좋더라. 앞으로도 2번을 쏘게 해달라고 했는데, 수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단체전 금메달로 최상의 결과를 낸 남자 양궁은, 11일 개인전에서 금맥을 이어갈 각오다. 김우진이 32강 탈락으로 이변의 희생양이 됐지만, 김제덕과 이우석이 16강에 안착했다.
이우석은 "무조건 메달을 따겠다는 부담을 갖진 않겠다"면서 "그저 연습한 대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임하겠다"고 했다.
김제덕도 "앞선 2차례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개인전 8강 탈락을 해 아쉬웠다"면서 "그렇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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