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하위' 원인 삼척동자도 아는데…키움의 후안무치
성적 부진 책임 물어 감독·단장·수석코치 동반 경질
구단, 전력 보강과 거리 먼 행보…공감 불가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난 지 이틀 만인 지난 14일, 야구계에 불행한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홍원기 감독의 경질 소식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이날 "위재민 대표이사가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구단의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며 감독과 단장의 동반 경질 사실을 알렸다. 김창현 수석코치까지 보직 해임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키움은 올 시즌 91경기에서 27승3무61패를 기록,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쳤다.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 속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칼을 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감독과 단장에 수석코치까지 한꺼번에 경질한 것은 그간 야구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 키움의 결정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프런트는 차치하더라도 현장에서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수장과 그를 보좌하는 수석코치를 모두 내치는 '과감한' 선택이 가능한 고위층의 입김이 이번에도 작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한 가장 쉬운 선택이었지만, 이번 결정이 팬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을지 미지수다. 최근 키움의 부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쪽은 구단이라는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키움은 2022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홍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시즌 종료 후 3년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재계약 후 첫 시즌이었던 2023년 투타 핵심 안우진과 이정후가 부상으로 빠지자 키움은 이른 시점에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팀의 기조가 바뀐 상황에서 키움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고, 올해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을 2~3달 남기고 프런트와 현장 책임자가 모두 팀을 떠났다.
리빌딩은 미래에 중점을 둔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면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하면 되고, 그게 어렵다면 트레이드로 즉시 전력감을 데려와 보강하면 된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유망한 선수를 뽑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키움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고,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전력 보강보다 유망주 수집이나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확보에 치중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는 주전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성적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됐다.
리빌딩을 선언한지 햇수로 2년이 지났다. 강팀 도약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었지만 오히려 성적은 더 떨어졌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구단은 사실상 전반기부터 직무에서 배제된 단장과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감독을 모두 내보내는 '쉬운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자성(自省)은 없었다. 책임은 오롯이 떠난 사람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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