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동안 매일 상상했던 순간이 현실로…KIA로 돌아온 최원준
"까불까불한 성격이었지만 이젠 어른스러워졌다"
키움전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전역 하루 만에 KBO리그 경기를 뛰게 된 KIA 타이거즈 최원준(26)이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서자 팬들이 큰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환대를 받은 최원준은 3루와 백스톱 방향으로 허리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고, 곧바로 좌익수 앞으로 타구를 날려 복귀 후 첫 안타를 때렸다. 그가 18개월 동안 매일 상상했던 순간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이었다.
최원준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12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최원준은 KIA 1군 선수단에 합류했고, 곧바로 복귀 무대를 치렀다.
최원준은 "전역 후 다음날 선발 출전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김종국 KIA 감독이 오랫동안 준비한 카드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 상무에 있을 때 '준비를 잘 하라'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고 전했다.
최원준은 이 경기에서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외야수가 주 포지션인 그가 1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것은 2019년 6월28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1446일 만이다.
외야수 자원이 풍족한 반면 내야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최원준이 1루수로 자주 뛸 전망이다. 김 감독은 "당장 (외야수가 아닌) 1루수를 맡게 됐지만 금방 잘 적응할 것이다. 앞으로 외야수와 1루수를 병행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원준도 전역을 앞두고 1루수 수비에 열을 올렸다. 그는 "(1루수 역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많은 경기를 뛰려면 유틸리티가 낫다고 판단했다. 일주일 정도 1루수 연습을 했다. 4~5년 만에 1루수 연습을 하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며 "(복무 기간) 응원하던 형들이 잘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팀에 복귀한 뒤 당연히 경기에 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준이 1루수만 준비한 것은 아니다. 팀에 보탬이 되고 야구를 잘 하기 위해 그는 체중도 90㎏대에서 약 10㎏을 감량해 81~82㎏를 유지하고 있다. 최원준은 "상무에 있을 때 90㎏가량 몸집을 키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야구만 해서는 1군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KIA에서 해야 할 야구는 최대한 기동력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원준은 큰 전역 선물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것.
그는 "대표팀에 뽑힌다는 생각을 0%도 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후보군에 내 이름이 있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최종 명단에 최원준이라는 이름을 보고도 '두산 베어스 최원준 투수'라고 착각했다"고 나흘 전의 일을 떠올렸다.
이어 "야구선수로서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꿨다.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제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고 다짐했다.
느리게만 움직이던 국방부 시계가 다 돌아 전역을 했지만, 최원준은 아직도 '민간인'이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하고 나오니 사회에 적응이 안 된다"고 웃으며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고, 휴대전화를 마음 놓고 사용하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한층 성숙해졌다고 자평했다. 그는 "군 생황을 하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까불까불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진중해지려고 한다"면서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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