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호 본격 담금질…운명의 호주전, 주사위는 던져졌다 [야구오디세이]

WBC 야구대표팀, 미국 애리조나서 소집 훈련 시작
허구연 총재 "호주와 1차전에 한국야구 운명 걸렸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이강철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웨스트워드 룩 윈덤 그랜드 리조트앤 스파 대표팀 숙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소집된 대표팀은 오는 15일 훈련을 시작한다. 2023.2.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숙적 일본과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번째 경기를 치른다. 2009년 대회 결승전 패배 이후 WBC에서 14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이라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야구계의 시선은 이보다 하루 먼저 열리는 호주전에 맞춰져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WBC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는 "호주전에 한국 야구의 운명이 걸렸다"면서 과정보다 결과가 훨씬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전은 준비도 잘 해야겠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허 총재가 호주전에 사활을 건 이유는, 1차전을 잡아야 WBC 8강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야 한국 야구의 미래도 따라온다.

한국은 WBC 1라운드 B조에서 8강 진출권 2장을 놓고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경쟁한다. 객관적 전력에서 처지는 중국, 체코는 탈락이 유력해 보이며 한국과 일본이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이 변수가 많은 첫 경기에서 발목 잡힐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WBC가 열리는 3월 초는 일반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종료되고 시범경기가 펼쳐지는 때라 선수들이 100% 상태가 아니다. 게다가 실전 감각이 부족한 가운데 첫 판부터 호주를 만나게 돼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대표팀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호주전은 단순히 WBC의 한 경기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앞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한판이다. 한국 야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개최되는 WBC를 통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한국 야구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국제대회 부진과 맞물린다. 특히 한국 야구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야구 국가대항전인 WBC에서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고, 그 위상도 추락했다.

여기에 겨우 6개 팀만 참가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는 마지막 3경기에서 단 한 번을 못 이겨 '노메달'이라는 충격적 결과까지 안았다.

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도미니카에 6-10으로 패하며 4위로 마무리했다. 2021.8.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허 총재는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한국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자아도취에 빠졌다"며 직격탄을 날리며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여야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대표 선수들이 뛰는 KBO리그로 열기가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KBO리그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바 있다.

이에 야구계도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발탁, 순혈주의를 깨트리기까지 했다.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4강 진출이다. 4강에 올랐던 2006년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대회처럼 굵직한 성적을 거둔다면 실추된 명예도 회복할 수 있다. 그 길을 나아가기 위해선 호주전 승리가 필수적 요소다.

이 감독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선 1라운드를 통과하고 8강에 올라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경기 중에서) 최소 3승이 필요한데 호주와의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우석(왼쪽부터), 이강철 감독, 양의지, 김하성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23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그런 상황에서 베일에 가려졌던 호주의 전력도 지난 8일 WBC 조직위원회에 명단이 제출되면서 드러났다.

예상대로 2019년과 2020년 KBO리그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 워윅 서폴드(호주 퍼스)가 발탁됐지만, 외야수 애런 화이트필드(LA 에인절스)를 제외하고 메이저리그 구단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호주 선수는 없었다. 마이너리거 6명이 있으나 크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없다. 호주의 전력을 경계했던 한국 야구로선 한시름을 놓았다.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다. 선수들이 소속 구단에서 개별적으로 몸을 만들었던 대표팀도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소집, 16일부터 본격적으로 담금질에 들어간다. 대표팀은 WBC 개막 전까지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최대 8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는 등 호주전 필승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