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김태균, 뜨겁고 화려했던 은퇴식 "마지막에 큰 선물 받았다"

생일에 은퇴 경기…역대 한화 4번째 영구결번 지정
한화 팬들에게 감사 인사 전해

한화이글스 김태균이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은퇴사를 하고 있다. 2021.5.2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이상철 기자 = 김태균(39)이 뜨거운 박수와 화려한 폭죽을 뒤로 하고 떠났지만, 그는 한화 이글스의 전설로 남았다.

'대장 독수리' 김태균의 은퇴식은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SSG 랜더스전이 종료된 후 거행됐다.

이날 은퇴 경기를 위해 특별 엔트리에 등록된 김태균은 신인 시절 입었던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통산 2015번째 경기를 뛰었다. 플레이볼 선언 직후 노시환과 교체돼 실제로 1루를 지키거나 타석에 서지 않았으나 선수 김태균의 마지막 모습을 한화 팬에게 보여줬다.

한화는 이날 경기 전부터 김태균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김태균이 두 딸과 함께 시구, 시타를 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은퇴 경기를 준비하면서 '86:52:1'의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이 숫자들은 김태균이 세운 86경기 연속 출루 기록, 김태균의 등번호, 그리고 원클럽맨을 뜻한다.

필드, 외야 펜스 등 구장 곳곳에 김태균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구와 그림을 새겼고, 이닝이 교대될 때마다 김태균이 활약한 영상을 상영했다. 매시 52분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김태균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했다. 공교롭게 이날 매진이 된 시각도 오후 5시2분이었다.

SSG 선수단도 김태균의 은퇴 경기에 동참, 한화 구단의 요청에 따라 흰색 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또한 자체적으로 유니폼 상의 소매에는 '52' 패치를 달았다. 1군 엔트리에 말소됐던 '옛 동료' 이태양은 대전까지 찾아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김태균의 건승을 기원했다.

한화이글스 김태균이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그라운드를 돌고 홈으로 향하고 있다. 2021.5.2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하이라이트는 경기 종료 뒤부터였다. 은퇴식은 야구장이 암전된 후 오프닝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유니폼을 벗은 윤규진, 최진행, 송창식, 양성우, 김회성 등 5명이 초청돼 김태균과 함께 한화 선수단의 환대를 받았다.

정민철 단장은 헌정사를 통해 "정든 고향 팀이지만 때로는 감당해야 할 부담감이 너무 커서 훌쩍 떠나고 싶을 만큼 힘겨운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또 숙명 같은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을 다스렸을 것"이라며 "그 긴 시간을 함께 해주고 이겨내 동료로서 선배로서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 단장은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의 날이지만 슬프지 않다. 그는 분명 제2의 인생도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태균아, 너와 함께 뛰고 너의 경기를 보는 건 나에게 큰 영광이었고 특권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영광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자"고 강조했다.

정 단장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은 김태균은 "오랜만에 한화 이글스 선수 김태균이라고 소개하니까 감회가 새롭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소개하는 마지막 자리여서 속상하고 안타깝다"며 "방망이를 처음 잡았던 30년 전부터 한화 이글스는 내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팀의 지명을 받아 선수 생활을 했고,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야구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돼서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역대 KBO리그 최고의 우타자로 한국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1년 한화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타율 0.320 2209안타 311홈런 1358타점 1024득점 출루율 0.421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우승의 한을 끝내 풀지 못했다. 김태균은 후배들이 꼭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뤄주기를 바랐다. 그는 "사랑하는 후배들아, 형이 같이 운동하고 땀을 흘릴 수 는 없지만 형의 아쉬운 한 부분을 (너희가) 꼭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형이 항상 응원할게"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화이글스 김태균이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박찬혁 한화이글스 사장과 영구결번 쇼케이스 제막을 하고 있다. 2021.5.2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후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한화는 김태균의 공헌을 인정, 그가 사용한 등번호 5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한화 선수의 영구결번은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에 이어 4번째다.

김태균은 "마지막에 큰 선물을 받았다. 훌륭한 선배들에게만 허락했던 영구결번 지정이라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태균은 베이스를 순회한 뒤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필드를 떠났다. 구단은 불꽃 연화 연출로 전설의 퇴장을 밝게 비췄다.

그는 "한화 이글스 팬들은 내게 굉장히 큰 존재였다. 여러분 덕분에 내가 더 빛날 수 있었고 더 나은 김태균이 될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한화 이글스 선수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의 감사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