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준의 불편한 송구, 생존 위한 '노력의 산물'

투수에게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송구, '입스' 극복 위한 고육책

LG 트윈스 안방마님 조윤준이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뉴스1 DBⓒ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LG 트윈스의 포수 조윤준(28)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의 송구 동작이다.

조윤준의 송구 폼은 특이하다. 도루 저지를 위해 야수들에게 공을 던질 때는 문제가 없다. 투수에게 공을 돌려줄 때가 이상하다. 미트에서 공을 빼 한 번에 던지지 못한다. 송구 과정 중 한 차례 '덜컥' 걸리는 모습이 나온다.

특이한 송구 동작 탓에 체력 소모도 크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다. 조윤준은 "힘들어도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모든 이유는 타깃에 정확히 공을 던질 수 없는 증세를 이르는 '입스(yips)' 때문이다. 조윤준은 3년 전부터 입스에 시달리며 포지션 전향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던 중 나름대로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현재의 부자연스러운 송구 동작이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아직도 간혹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투수에게 공을 던지다 홈플레이트 앞에 넘어기지도 한다. 그러나 조윤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매우 강해졌기 때문이다.

조윤준을 지도한 김정민 LG 배터리 코치는 "모르긴 몰라도 주변에서 얘기도 많이 듣고 스스로도 부끄러웠을 것"이라며 "그래도 그렇게 던지면서 포수로 살아남았다. 도루 저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얼마 전에도 2루 도루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지 않았나. 원래 송구는 좋은 선수"라고 제자를 칭찬했다.

김 코치는 조윤준에게 입스 증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코치의 조언이 오히려 선수에게 부담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저 묵묵히 뒤에서 응원할 뿐이다.

조윤준에게 직접 특이한 폼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조윤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입스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힘들지 않냐고 재차 물으니 "힘들어도 해야지 어쩌겠냐"고 답했다.

조윤준은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LG 팬들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으나 조윤준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입스에 시달린 것도 실망감을 키운 큰 이유였다.

조윤준이 나름대로 입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가짐을 고쳐먹었기 때문. 주변의 걱정스러운 시선에는 "저 사람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어떤 방법이든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력이 강해졌다. 조윤준은 "주변 시선은 원래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최근 1군에 올라와 많은 관중들 앞에서 뛰면서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며 "이제 관중이 별로 없는 퓨처스리그 경기는 정말 쉬울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오래 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넥센 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둔 LG 선발 허프가 포수 조윤준과 기뻐하고 있다. /뉴스1 DBⓒ News1 황기선 기자

LG는 조윤준이 선발 마스크를 쓴 7경기에서 6승1패로 매우 높은 승률(0.857)을 기록하고 있다. 조윤준이 포수로서의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 지난 1일 넥센전에서는 데이비드 허프의 KBO리그 데뷔 첫 완투승을 리드했다.

방망이 실력도 타율 0.269으로 만만치 않다. 15일 두산전에서는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하위타선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조윤준은 올 시즌부터 등번호를 25번에서 4번으로 바꿨다. 4번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안방마님 야디어 몰리나의 등번호. 몰리나를 좋아해 4번을 선택했다는 조윤준도 몰리나와 같은 든든한 안방마님으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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