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식선수'가 목표였던 SK 조용호의 반전 스토리
부상으로 좌절, 육성선수로 재기…"1번타자로 각인되고파"
"외야수 '정석' 강민이 형 조언에 많은 도움 받아"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붙박이 1번타자는 조용호(28)다. 야탑고 단국대를 졸업한 조용호는 적지않은 나이이지만 야구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성선수 신분을 벗고 올 시즌에야 정식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호는 현재까지 '이름값'의 몇 배가 되는 활약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타율 0.297의 타율에 18득점 5타점 7도루.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0.376의 출루율과 많은 공을 보게 하는 선구안은 조용호를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득점권타율도 0.429에 달한다. 지난해 출루율과 1번타자 부재가 큰 고민 중 하나였던 SK는 조용호의 존재 덕에 고민을 지워내고 있다.
조용호가 1군을 밟기까지 먼 길을 돌아온 것은 '부상'의 악몽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국대 4학년 시절 수비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히면서 오른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복귀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해 신인 드래프트는 이미 종료된 후였다. 어쩔 수 없이 군 입대를 선택했고, 스스로도 사실상 야구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좀처럼 놓을 수 없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SK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재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포지션도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사실 조용호에게 올 시즌 목표는 정식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지난 2014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조용호는 올 2월에야 그 목표를 이뤘다. 그는 "그래도 올 시즌엔 정식선수가 됐으니 1군에 한 번쯤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고, 감독의 믿음은 깊었다. 그리고 조용호 역시 스스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조용호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트레이 힐만 감독은 그를 1군에 콜업해 중용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조용호는 매타석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먼저 나가면 그날 투수의 컨디션이 어떤지, 심판의 성향은 어떤지를 알 수 있게 된다"면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 상대의 진을 빼놓는 선수이고,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적은 선수"라며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조용호는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없는 모습을 어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안 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 역시 조용호에게 "타율보다는 출루에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고, 그는 착실히 이행했다.
조용호는 "초구는 웬만하면 안 치려고 한다. 또 상대 투수에 대한 공 궤적 등을 봐야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공을 보려고 노력한다"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아웃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용호는 아직 외야 수비가 완벽하지는 않다.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포지션을 변경했기 때문에 전문 외야수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팀에는 외야 수비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베테랑 김강민이 있다. 조용호는 김강민의 조언 덕에 많은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김)강민이형이 1, 2군 합쳐서 외야수로만 2300경기 나갔다고 했다. 처음엔 나처럼 '만세'도 많이 불렀다면서, 잡을 수 있는 것만 잡으라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조용호는 "그 이야기를 듣고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못 보던 타구들이 많이 보였다"면서 "물론 여전히 실수가 있지만, 초년병인 지금 실수를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신인왕'에는 관심도 없다고 했다. 그저 가을야구를 경험해 보고 싶은 것, 개인적으로는 출루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돼 있는 그는, '홈런군단' SK에 없어선 안 될 리드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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