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년 전 닮은꼴, 사령탑 퇴진 부르는 벤치클리어링
2014년 LG 김기태 감독→2017년 한화 김성근 감독
- 정명의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4년 4월20일 대전구장.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도중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다. 정찬헌의 공이 정근우의 옆구리에 맞은 것이 발단이었다. 다행히 벤치클리어링은 큰 불상사 없이 진정됐다.
사흘 뒤인 4월23일 대구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LG 감독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LG 구단은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패에 빠져 있던 상황은 물론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해 악화된 여론도 김기태 감독의 사퇴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당시 설득력을 얻었던 분석이다.
3년이 지났다. 지난 2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이름이 바뀐 같은 장소에서 한화와 삼성의 경기 도중 다시 한 번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각했다. 펀치와 킥이 오가는 난투극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난투극에 가담한 코치 및 선수들에게 출장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김성근 한화 감독의 경질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한화 구단은 이윽고 '경질'이 아닌 김성근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공식 발표를 했다.
벤치클리어링이 김기태, 김성근 감독의 퇴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 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두 감독은 공교롭게도 확실한 명분이 없었던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진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4년 LG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진 경기를 8-9로 아쉽게 패한 뒤 다음 삼성전에서도 1-8로 완패, 3연패에 빠지며 4승1무12패로 최하위(9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2013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 감격적인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했던 흐름을 잇지 못하고 있던 분위기였다.
한화 역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한 경기에서 7-8로 석패, 4연패의 늪에 빠지며 10개 구단 중 9위(18승25패)였다. 부진한 성적에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것에 대한 비난이 한데 묶여 한화를 향한 시선은 차갑게 식었다.
때론 벤치클리어링이 팀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거꾸로 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생긴다. 2014년 LG, 올 시즌 한화가 그런 경우다.
흔히 벤치클리어링을 '야구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가 지나칠 경우 그라운드 안팎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당장 한화는 수장 없이 치른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8-13으로 완패, 5연패를 기록했다.
2014년 LG는 양상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 반등에 성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기태 감독도 지난해부터 KIA의 사령탑에 올라 명장으로 가는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과연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올 시즌을 어떤 성적으로 마치게 될까. 일단 김성근 감독은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octorj@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