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래를 보는 LG, '근성아 팀웍아, 그동안 수고했다'
마스코트 '뉴 페이스' 럭키·스타로 교체한 숨은 뜻
- 정명의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이젠 너희들 없어도 돼.'
LG 트윈스가 구단 마스코트를 교체했다. 수 년 간 LG를 대표했던 형제 마스코트 근성이와 팀웍이가 역사 속으로 퇴장한다. 그 자리는 새로운 형제 럭키(Lucky)와 스타(Star)가 채운다.
LG는 2017시즌을 맞아 새로 제작한 구단 BI(Brand Identity)를 지난달 9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유니폼에 새겨진 새로운 엠블럼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팬들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스코트에도 변화가 있었다. 근성이와 팀웍이를 대신할 럭키, 스타가 등장한 것. 새 마스코트의 이름은 과거 모기업의 이름이었던 럭키금성에서 따왔다.
사실 LG는 처음에 야구단 이름으로 사용된 명칭이다. 럭키, 금성의 앞글자 L(Lucky), G(Goldstar)를 가져다 만든 이름. LG 야구단이 창단 첫 해였던 1990년에 이어 1994년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신바람을 일으킨 것이 영향을 미쳐 그룹명까지 LG로 변경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근성이와 팀웍이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줄곧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긴 암흑기를 보내던 중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고,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근성과 팀웍이라는 평가가 캐치프레이즈와 마스코트에 반영됐다.
2009년까지 7년 연속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한 LG는 2010년, 야심차게 '근성의 LG! 팀웍의 트윈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근성이와 팀웍이라는 형제 마스코트가 함께 탄생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쌍둥이인 근성이와 팀웍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LG 구단 관계자는 "눈썹이 올라간 것이 근성이, 눈썹이 처진 것이 팀웍이"라고 팁을 소개했다. 치켜올라간 눈썹과 강렬한 눈빛이 근성을, 처진 눈썹과 서글서글한 눈매로 팀워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근성의 LG! 팀웍의 트윈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렸던 2010년과 2011년, LG는 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리하여 2012년 '미리 먼저 생각하고, 일찍 앞서 준비해, 제대로 실행하자!'라는 난해한 캐치프레이가 새로 나왔다.
캐치프레이즈는 바뀌었지만 근성이와 팀웍이는 계속해서 팬들 곁을 지켰다. 남자 2명만으로는 분위기가 어두워 여동생들도 생겼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여자 마스코트 행복이와 사랑이가 가세했다. 그러나 행복이, 사랑이는 지난해 근성이와 팀웍이보다 1년 먼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근성이와 팀웍이도 결국 빛을 봤다. LG가 2013년, 감격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 무려 11년만의 쾌거였다. LG는 2014년과 지난해에도 가을야구를 맛봤으니 근성이와 팀웍이도 여한 없이 럭키, 스타에게 뒤를 맡길 수 있게 됐다.
럭키와 스타가 탄생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더 이상 LG는 근성과 팀워크가 부족한 팀이 아니다. 최근 4년 동안 3차례나 플레이오프까지 진출, 서서히 강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단순히 성적만 올렸던 것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재편되면서 경기마다 허슬 플레이가 넘쳐났다. 암흑기 시절 LG의 대명사이자, 근성과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평가의 원인이었던 '도련님 야구'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새 마스코트 럭키와 스타에게는 특별한 의미도 담겨 있다. 10개 구단 유일하게 '사람 마스코트'였던 근성이, 팀웍이와 달리 럭키와 스타는 '세계 최초의 야구로봇'이다. 여기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LG 구단과 모기업의 의도가 숨어 있다.
LG 구단 측의 마스코트 소개에 따르면 럭키는 '4번타자, 쌍둥이 로봇의 형. 정밀한 선구안으로 쳤다하면 장외 홈런. 그라운드를 누비는 스피드. 럭키라는 이름처럼 팀의 행운을 가져다 주고 있음'이라고 설명돼 있다.
스타는 '선발 투수. 쌍둥이 로봇의 동생. 공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엑셀레이터. 완벽한 제구와 360도 뷰 기능의 견제 능력. 밝은 성격과 쇼맨십으로 팀의 분위기메이커'라고 나온다.
다소 과장된 소개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역동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통해 강팀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로봇이라는 소재가 갖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또한 LG 구단의 향후 나아갈 길과 맞닿아 있다. 최근 LG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 미래를 위한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럭키와 스타의 구분법은 참 쉽다. 왼쪽 볼에 별을 붙이고 있는 마스코트가 스타다. 별이 없으면 럭키. 머리길이도 스타가 좀 더 길지만, 볼에 붙어 있는 별을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른 구분법이다.
떠나는 근성이와 팀웍이를 보고 서운해 하는 LG 팬들도 많다. 그러나 팀이 달라졌으니 근성이 팀웍이도 할 일을 한 채 퇴장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LG는 새 마스코트 럭키, 스타와 함께 미래를 내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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