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피곤한' 양성우 "마지막 기회라 생각…매순간 집중"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요즘은 자도 자도 피곤해요."
최근 한화 이글스의 타선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외야수 양성우(27)는 매일 피곤하다. 다른 선수들보다 특별히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는 것도 아닌데 피로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몸이 힘든 것은 잘 모르겠는데 10시간 넘게 자도 피곤하다. 아무래도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양성우는 당초 한화의 주전 전력으로 꼽힌 선수는 아니었다. 프로야구 개막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4월에 잠시 1군에 올라와 한 경기를 뛰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랬던 그에게 5월 들어 기회가 왔다. 주전 좌익수 최진행이 어깨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된 것이다.
최하위를 맴도는 한화에게는 크나큰 악재였지만, 양성우 개인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양성우는 "4월에 1군 한 경기를 뛰고 내려갔을 때 안타 한 개를 치고 삼진 2개를 당했다. 왜 삼진을 당했을까, 부족하다 생각했다"면서 "다시 1군에 올라올 때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착같이 해서 잡아야겠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양성우는 그 말 그대로 '악착같이' 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는 자기 스윙을 했고, 평범한 땅볼을 쳐도 1루로 전력질주했다. 초구를 그렇게도 좋아하지만 낯선 투수의 공은 최대한 보려고 노력했다.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양성우는 5월13일 1군에 올라온 이후 6월2일 경기까지 18경기에서 0.348(66타수 2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진행의 빈 자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양성우가 채우게 됐다. 7번타순에 배치된 하주석과 함께 시너지를 이루면서 한화의 6-7번은 상위타순의 정근우-이용규 못지 않은 출루율을 자랑하는 또 다른 '테이블 세터'가 됐다.
중요한 순간엔 '한방'을 치는 클러치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양성우는 한화의 5연승 기간 동안 매 경기 타점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지난 달 31일 SK와의 경기에서 리그 톱클래스 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쳐낸 안타였다. 양성우는 2-3으로 뒤지던 6회말 1사 2,3루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이 안타는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양성우는 "군대(경찰청)에서 야구를 보면서 참 잘 던진다고 생각하는 투수 중 하나였다. 저 선수 공을 언제나 한 번 쳐볼까 생각했는데 이뤄졌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경기에서의 활약으로 '왼손투수'에 다소 약점이 있다는 인식도 지워냈다. 양성우는 이전까지 좌투수를 상대로 1할대의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그는 "왼손투수 상대 기록이 안 좋다는 것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결국엔 보완할 점이라 생각한다. 반쪽 선수가 되지 않으려면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활약 덕분에 올스타전 '베스트12'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양성우는 이용규, 이종환과 함께 팀 내 3명의 외야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사실 놀랐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된다고 해도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겠다"며 의연해했다.
이어 "아직은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다. 매 경기, 매 순간 집중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활약에 안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양성우의 '피곤함'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절실함과도 같았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활약은 이 '피곤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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